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1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찾은 것은 일본 언론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기습 참배’였다.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국내의 정치적 압력과 한국ㆍ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철저히 택일을 계산한 것 같다.
고이즈미 총리는 17일 “8월에는 참배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면서 “봄과 가을의 대제에 가는 것이 모양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스쿠니 신사측으로부터 4월 22~23일 열리는 봄 대제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가지 않겠다고 회답했다”고 말해 일본 언론들까지 10월 17일의 가을 대제 참배를 예상했다.
21일은 봄 대제 직전의 일반 개방일이라 정식으로 대제에 참배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교묘한 언설로 참배일에 연막을 친 셈이다.
또 “총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참배했다”고 답해 공식 참배인지 여부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정교 분리 시비를 피하려는 역시 계산된 참배 형식이다.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한달 여 후의 한일 공동 월드컵과 가을의 중일 국교 정상화 30주년 등 한국ㆍ중국과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올해에 가장 민감한 8월 참배를 피하면서도 의표를 찔러 참배를 미리 결행하는 묘수를 택한 것이다.
지지율 하락 속에서 ‘종전기념일(8월 15일)’ 공식 참배를 요구하는 일본유족회 등 자민당 지지 우파 세력을 무시해 완전히 참배를 하지 않기는 어려운 정치적 사정도 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전범들과 일반 전몰자의 분사 등 주변국이 요구하는 야스쿠니 신사 개선 방안 등은 제쳐둔 채 교묘한 방식으로 결국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연례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총리가 되기 전부터 야스쿠니 참배를 공약했던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도 참배 후 한일, 한중 관계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밝혀 역시 주변국을 경시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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