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재만(李在萬) 제1부속실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근황을 유출시켰다는 혐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청와대의 자체 조사 결과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혐의 자체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 통수권자로 국가 수반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수행 비서가 일정이나 근황을 유출한다면, 이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일정이 2급 비밀로 분류되는 것은 그 중요도 때문이다.
김 대통령을 10년 이상 수행해온 이씨가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정보 유출의 논란에 말려든 데는 비공식 인맥을 중시해온 분위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은 오랜 야당 시절 정보기관의 사찰을 우려, 보안을 중시했고 이는 비공식적인 일 처리와 사적 인맥의 활용으로 이어졌다. 이런 경향은 집권 후에도 잔존하고 있으며 YS 시절의 청와대에서도 드러나곤 했다.
실제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중에서도 당 출신들은 관료 출신들과는 또 다른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유대는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는 반면, 의사결정 구조의 비공식화를 초래하는 부작용도 있다.
이씨도 이런 문화에 젖어 부지불식간에 대통령의 근황을 최씨에 흘렸을 수도 있고, 최씨가 ‘이재만에게 들은 얘기’라는 식으로 위세를 과시하는데 이용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공사(公私)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공식성과 엄격성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는 의미가 그의 사표수리 조치에 담겨있는 셈이다.
이영성기자
leeys@k.co.kr
■이재만 前행정관 누구
21일 사표가 수리된 이재만(39)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은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수행 비서다.1991년 최재승 의원의 추천으로 동교동에 들어 간 이 전 행정관은 다리가 불편한 김 대통령의 거동을 돕는 등 잔시부름을 도맡었다.김 대통령의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는다.김 대통령의 회의 중에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집무 시간 중에는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위치에 대기한다.중앙대 81학번으로 태권도 사범출신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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