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최규선(崔圭善)씨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물증 공개를 계속 미루고 있어 여러 가지 의문을 낳고 있다.당 안팎에서는 설 의원 주장의 신뢰도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린다. 긍정적인 측은 지난 2월 설 의원의 이 총재 빌라게이트 폭로가 주효했었다는 점, 설 의원이 면책특권을 마다하고 국회 밖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점 등에 주목한다.
일부에선 “설 의원이 이미 물증을 확보해 놓고서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공개 시기를 늦추는 게 아니냐”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반대 측에선 최씨 본인이 돈 전달 사실을 부정하는 등 사건 관련자들이 대부분 설 의원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점 때문에 미심쩍어 한다.
설 의원은 21일 주초에 반드시 물증을 내놓겠다고 자신했다. 최씨가 이 전 총재 측근 윤여준(尹汝雋) 의원에게 돈을 전달할 당시의 녹음 테이프가 결정적인 물증이다.
그는 이날 “증인은 이미 확보돼 있으며 테이프는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수중에는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는 그러나 “테이프를 가진 증인에게 공개토록 설득중”이라며 주초 공개를 자신했다.
설 의원은 한나라당이 테이프 공개 시한을 이날로 정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조작 가능성을 주장한 데 대해 “테이프가 공개될 때를 대비해 발을 빼기 위한 사전 공작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말 본인이 실수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자신있다. 기다려 달라”고 강조했다.
설 의원의 이런 태도에선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야당 유력 대선 후보의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엄청난 사실을 폭로하면서 물증조차 미리 확보해 두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자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야당이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채 익지도 않은 이 전 총재 관련 의혹을 서둘러 내놓았다”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보자가 최씨의 측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이 맞다면 최씨의 여권 관련 비리 폭로를 모조리 거짓말로 몰아 붙였던 여권 인사들이 야당 관련 비리는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믿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폭로 과정에 당 차원의 검증이나 여과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의심스럽다. 당 지도부는 설 의원의 폭로를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물증 공개 등 사후 대처도 전적으로 설 의원 손에 달려 있다. 폭로가 몰고 온 정치적 파장에 비춰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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