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관리를 책임지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부총리급 위원장 선임문제로 일주일 넘게 진통을 겪고 있다.한은 총재로 자리를 옮긴 박 승(朴 昇) 전임 위원장 후임에 이진설(李鎭卨) 서울산업대 총장을 내정한데 대해 일부 민간 위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들이 반발하는 표면적 이유는 자신들도 모르는 가운데 8명의 위원이 호선토록 돼 있는 위원장에 이 총장이 내정됐다고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총장을 신임 위원으로 위촉했을 뿐 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는 위원들은 아무도 없는 눈치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절차 문제를 넘어서 각종 관변 위원회 운영의 본질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 민간위원은 “공자금 관리위원회 설립 취지는 공자금 관리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독주를 민간위원들이 적절히 견제하라는 것”이라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차기 민간위원장 운운한 정부의 이번 행태는 민간위원을 거수기로 여기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민간위원 역시 “벌써부터 2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함께 민간위원들이 공자금 운용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이에 걸맞게 위원들의 명예와 권위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정부는 위원회를 들러리나 구색갖추기 정도로 생각하는 구태를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민간 공자위원들의 이유있는 반발이 더 큰 파문으로 이어질 지, 아니면 한차례 소동 정도로 수습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이번 사태가 정부측에는 힘들고 난감한 상황이 되겠지만 결국 전체 공자위 활동의 공정성과 권위를 보강하는 긍정적 진통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장인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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