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崔圭善)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도피중인 전 경찰청 특수수사 과장 최성규(崔成奎) 총경이 미국으로 달아나 잠적함에 따라 국내ㆍ외에서 그의 도피를 돕는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 총경의 미국 입국ㆍ잠적 과 이전 4개국을 거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신출귀몰한 도피 행각은 배후세력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미국내 배후 세력 있나
20일 새벽 최 총경의 미국 입국 과정을 되짚어보면 미 이민국 등이 사실상 그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떨치기 힘들다. 최 총경이 뉴욕 존 F.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그의 도착정보를 알고 한국 공관 관계자들과 기자 등 20여명이 출구에 진을 친 뒤였고, 한광일(韓光一) 영사는 “자진귀국을 설득하기 위해 면담하고 싶다”는 비공식 요청을 이민국에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 이민국은 최 총경에 대해 3시간의 조사를 거쳐 6개월 체류를 승인을 내준 뒤 이민국 직원 등의 보호하에 특별 출구로 그를 내보냈다. 8시간여를 꼼짝없이 기다리다 최 총경이 공항을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한국측 관계자들에게 밝힌 미 이민국의 답변은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였다.
미국측도 아직 범죄인 신분은 아니지만 최 총경이 한국내 게이트에 연루된 문제 인물임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고, 더욱이 이후 불법체류 가능성마저 있는 상황에서 체류를 승인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최규선씨의 미국측 인맥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씨가 최 총경의 도피를 위해 이들과 충분한 교감을 가졌고, 이들이 이미 국무부와 이민국 등에 손을 뻗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씨는 미국내에 현재 그의 구명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하원의원 S씨 등 다수의 측근인사를 두고 있다.
국내 고위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청와대 측이 최 총경과 최규선씨를 해외로 빼돌리려했다는 주장이 나와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찰 추적 정보 알려줬나
경찰이 인도네시아에 소재추적반을 보낸다는 정보가 알려진 18일 오전 최 총경은 인도네시아에 장기 은닉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라 곧바로 홍콩으로 향했다. 또 홍콩발 하와이행 UAE826을 타고 환승지인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 바로 뉴욕행 UAE800편을 현금으로 구입, 갈아타는 등 철저히 추적을 따돌리려는 흔적도 엿보인다. 항공권도 일절 예약하지 않고 공항에서 즉석으로 현금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점은 배후세력이 수시로 최 총경과 연락을 취하면서 이동을 지시하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국내 송환에는 최소 6개월
최 총경은 이미 미국내 어디론가로 잠적한 상황이지만 그의 소재가 파악된다 하더라도 그를 국내로 데려오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나라이지만 조기 강제송환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더욱이 최 총경은 현재 범죄인 신분도 아닌데다 정상적인 여권을 소지하고 6개월 체류 승인까지 받은 상태이다.
최 총경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돼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정식 절차를 거쳐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더라도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장의 예에서 보듯 인도재판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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