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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내폭력이 학생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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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내폭력이 학생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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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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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폭력과 집단따돌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급기야는 칼을 휘둘러 사상자를 내는 끔찍한 사건이 서울과 울산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도대체 이 나라의 학교나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피를 토하며 절규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학교폭력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은 학교측에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아무리 악조건 하에서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교권을 확립하고 항상 학생과 대화를 원활하게 하여 학생의 동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칙을 어긴 학생은 엄격하게 처벌하여야 하는 일은 바로 교사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이에 입각하여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교내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는 가정의 책임이다.

인간이 발달하는 과정은 여러가지 각도에서 정의를 내릴 수 있으나 스스로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길러나가는 과정이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가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인성발달의 과정이며 이것은 어린 시절부터 교육되고 훈련이 되어야 한다.

자녀의 마음에 공감하는 태도를 통하여 자녀가 타인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부모가 일정한 원칙으로 교육한다면 자녀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분명해 질 것이다.

형제ㆍ자매간에 서로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범하였을 때에 적절한 벌로 엄하게 다스려왔다면 이런 자녀가 가정 밖으로 나와 친구관계에 있어서 친구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문화나 예술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친구와의 관계에서 부드러운 태도를 가진 자녀로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가 운동을 사랑하는 자녀로 키웠더라면 운동을 통하여 지고 이기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건강하게 경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공격성을 승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큰 책임은 사회에 있다. 지금 나라 꼴이 어떠한가. 어디 한구석이라도 성한 곳이 있는가. 특히 교육은 어떠한가.

누구 한 사람 교육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교사의 매를 금지하는 해괴한 법을 만들어 매를 맞은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고 경찰관이 교실에서 교사를 연행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교권이 확립될 수 있겠는가.

매를 맞은 학생의 부모가 교사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붓는 이런 풍토에서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올 수 있겠는가.

평등주의라는 허울좋은 이름 하에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주의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키 작은 사람의 열등감이 염려스러워 키 큰 사람만이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농구라는 운동을 없애버릴 수 있는가.

신(信)이란 ‘사람(人)의 말(言)’이라는 의미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식언(食言), 허언(虛言), 망언(妄言), 실언(失言), 폭언(暴言), 교언영색(巧言令色)과 말장난이 난무하는 소위 사회 지도층의 태도를 보면서 청소년이 어떻게 신뢰(信賴)하는 심성을 배울 수 있겠는가.

개혁의 ‘개(改)’는 ‘스스로(己)를 가르친다(文)’는 의미다.

스스로에 대하여 반성하는 마음 없이 어떻게 남이 반성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

평화(平和)란 ‘공평하게(平) 벼(禾)를 나누어 먹는다(口)’는 의미다.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평화로움이 유지되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실천될 수 있겠는가.

교내에서 살인이 일어나도 그것이 그 청소년만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내폭력의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가 빗나간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사회와 학교, 그리고 가정의 피해자인 것이다.

조수철 서울대 의대 소아ㆍ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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