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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북한의 장래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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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북한의 장래와 한국경제

입력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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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명의 북한 탈출 주민들이 집단으로 주 중국 스페인 대사관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망명하면서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한반도의 장래를 다시 생각케 한다.조지 터넷 미 중앙정보국장의 미국 의회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문제로 국가가 와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또한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는 북미간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003년 한반도에 1994년과 같은 안보 위기가 또 다시 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즉 북미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생존을 위한 최후수단으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는 1990년부터 98년까지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여 경제규모가 80년대 말에 비해 30%이상 감소하였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없이는 주민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시킬 수 없는 나라이다.

이미 중국에는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수가 30만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북한의 경제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만약 북한이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소련을 위시한 동유럽 국가들이 보여주었던 바와 같이 경제체제의 변화를 과감히 이행치 않으면 북한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나는 남보다 잘 살아야겠다’는 인간이 타고난 유인체계를 무시하고 비용과 수익성을 외면한 채 운영되는 경제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현재 북한을 제외하고 구 소련과 동구권 국가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경제적 효율을 향상시키는 경제체제로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은 중국이 1979년 이후 정치체제의 변화 없이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하고 현재까지 비교적 성공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극심한 식량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왜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나라의 규모나 국제적 위치, 경제적 여건에 있어 북한이 중국과는 매우 다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북한은 경제체제의 변화가 바로 정치체제의 유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경제체제 변화를 통하여 경제효율을 증대 시키려는 노력 대신에 핵 및 미사일 개발 같은 안보를 위협하는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소련이 전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무기를 소유하고서도 경제의 파국으로 국가 와해를 체험한 것처럼, 북한 역시 현재와 같은 경직된 사고로는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이 2,200만 주민의 생존을 자체 능력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한 탈북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는 국제적 차원에서 인도주의적 여론을 고조시킬 것이고 탈북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몫이 될 것이다.

우리는 독일 통일에서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체험하였다.

독일 통일은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서독 정부의 정책이 동독 체제를 변화시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체제 와해라는 역사적인 순간이 갑자기 도래하여 이룩된 것이다.

그러나 이 때 서독 정부와 국민들은 통일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와 상당한 지불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동독의 인구는 서독의 4분의1, 임금 수준과 1인당 국민소득, 노동생산성은 3분의1 수준이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1990년 통일 이후 독일 정부는 매년 구 동독 지역에 1,000억달러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동독 지역에 대한 이전 지출은 독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고, 통일 이후 독일은 EU 국가들 중 경제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일 한반도에도 통일이 실현된다면 남북 정부간의 대화를 통한 체계적, 단계적 통일이라기보다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어느 날 예고 없이 이루어 질 것이다.

이 경우 대한민국은 북한 경제의 체제 변화와 2,200만 북한 주민의 생활 보장 및 사회적 통합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는 독일과는 사뭇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2분의1, 경제규모는 대략 10분의1이고 기타 경제지표는 통계조차 없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능력이 앞으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 능력 부족 때문에 역사적 순간의 도래를 피할 수도 연기할 수도 없다.

이 순간을 위해 한국경제의 체질 강화와 보다 많은 부의 축적이 국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이어야 할 것이다.

김종인 前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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