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나이는 약 10% 정도의 오차는 있으나 150억년이다.그러나 기독교의 킹 제임스 판 성경에서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가 누구를 낳고’ 라는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6,000년 전에 우주가 생겼다고 한다.
정확하게 기원전 4004년 10월 25일에 우주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힌두교와 불교에서는 우주에는 나이가 없고,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종교에서 설명하는 우주의 탄생과 과학자들이 분석한 우주의 탄생에는 차이가 있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기 시작했나’ 라는 문제는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아는 과학적 지식에 의하면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초폭발로 우주가 생겼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은 양자이론에서 입증된다. 양자이론에 의하면 아주 작은 기본입자들이 존재하는 미시세계로 갈수록 불확정성이 커진다.
미시세계에서는 모든 물질이 요동하고 있으며, 심지어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인 진공 자체도 요동하고 있다.
진공보다 더 에너지가 낮은 진공이 아주 우연히 요동 때문에 생겨나면, 두 진공 사이의 막대한 에너지 차이가 순식간에 발생해 초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Big Bang) 이론에서 빅뱅은 폭죽의 의미다.
밤하늘 불꽃놀이를 볼 때 한 점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꽃이 퍼져 나가듯 우주도 그렇게 생겨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빅뱅 전에는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심지어 시간과 공간도 없는 진공이었다’는 것이 답이다.
적어도 현재 과학에서는 물질과 에너지 없이 시간과 공간을 정의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렇게 발생한 우주는 11차원으로 이뤄져 있다. 11차원 중 시간이 1개, 공간이 10개다. 우주 탄생 시점에는 10차원의 공간이 거의 한 점과 같은 상태로 뭉쳐 있었다.
그러다 빅뱅 직후 10의 마이너스 44승 초가 흐른 순간 3차원의 축이 직선으로 튀어 나왔고, 나머지 7차원은 아직도 뭉쳐있다. 이것은 최근의 초끈이론을 이용한 설명이다.
그리고 이 7차원의 공간이 뭉쳐있는 크기는 10의 마이너스 33㎝ 정도로 추정된다. 이 숨겨진 7차원의 공간은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도저히 관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두개의 공간은 지금 건설 중인 스위스 제네바의 초대형 입자가속기(LHC)에서 관측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많은 물리학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소립자 물리학을 연구하는 내가 우주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우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고등학교 때까지의 내 장래희망은 천문학도였다. 지금은 밤하늘의 별을 본다는 것이 ‘밤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던 50년대만해도 도심에서도 별을 볼 수 있었다.
별을 보는 것은 이제는 주요 취미 중 하나가 됐지만 그때 만해도 특별히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당시만 해도 서울대에는 천문학과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물리학이었다. 지금 아쉬움은 없다.
왜냐하면 입자물리학이 바로 초기 우주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주가 탄생할 때 우주의 성질은 통상적인 천문학에서의 관측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소립자 물리학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소립자 물리학은 물질을 원자, 원자핵, 기본입자로 쪼개고 또 쪼개가면서 상황과 성질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주가 만들어지는 순간과 초기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는 바로 입자물리학의 영역이다.
빅뱅 수 초 전후과정의 설명을 위해서는 핵물리학이 필요하고, 수십만년 후 부터는 원자물리학의 영역이다.
지금은 모든 것을 종합하여 천체물리학이라고 부른다.
우주론은 우주의 창조와 진화, 미래의 운명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천문학이 대부분의 우주론을 다루고 있었다.
우주론의 역사는 대부분 천문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천문학은 인류의 역사와 거의 같다. 바로 밤과 낮의 구분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천문학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약 500년,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이후 기원전 130년경 역시 그리스의 히파르타쿠스는 개기일식을 통해 달의 거리가 지구 반지름의 약 60~70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중세 암흑시대를 거치면서 천문학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16세기가 되어서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나왔고, 17세기 갈릴레이가 직경 5㎝ 크기의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과 토성의 띠를 발견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허블의 우주 팽창 발견,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배경 복사광(마이크로 전자파) 발견,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소립자 이론 확립 등으로 현대적인 우주론이 성립한 것이다.
나아가서 최근 첨단 기술이 동원된 망원경, 전파검출기의 등장으로 현대 우주론은 기초과학 중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학문 중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최근 기대하지 않았던 진공에너지의 발견은 우주론의 혁명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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