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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도 식후경 / 광주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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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도 식후경 / 광주 한정식

입력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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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음식이다. 허름한 식당에 들러 백반 한 상을 시켜도 입이 벌어진다. 상을 가득 채우는 반찬의 수에서 일단 놀라고 그 많은 반찬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고 기품있는 맛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또 놀란다.외지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푸짐하고 맛있네요.” 식당 주인은 능청스럽게 받아넘긴다. “항상 먹는 건데요, 뭘.” 약간 약이 오르지만 남도 여행은 분명 입을 즐겁게 한다.

광주 한정식은 남도의 맛과 멋과 인심을 집약해 놓은 상차림이다. 산과 들과 육지에서 나는 모든 먹거리가 한데 모여있다. 처음에 상을 가득 채우는 것은 기본 반찬. 말이 기본이지 내용은 기본이 아니다. 먼저 나물을 세어본다. 취나물, 참나물, 고사리, 도라지, 더덕, 콩나물…. 김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회접시도 다양하다.

문어, 낚지, 굴, 광어, 도미…. 이쯤 되면 세는 것을 포기한다. 맛을 본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가지 한 가지 정성을 담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할 것 같은 물김치를 예로 들면, 산에서 나는 배추를 엄선한다. 게와 새우 등 해산물을 우려내 국물을 만든다. 미나리, 배, 사과, 잣 등을 넣고 담가 여름내 독에 묻어놓았다가 상에 낸다.

흥분해서 허겁지겁 젓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절대 금지. 첫 상은 말 그대로 기본일 뿐이다. 처음에 배를 불리면 산해진미는 그림의 떡이 된다. 식당이 내세우는 별미 요리와 뜨거워야 맛있는 음식들이 계속 나온다. 듣도 보도 못한 것이 많다. 상에 더 놓을 공간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접시 위로 접시를 쌓는다. 나중에는 3층, 4층이 되기도 한다.

뱃속에 더 이상의 공간이 없다고 느낄 무렵. 하이라이트가 등장한다. 남도 음식의 핵심인 젓갈이다. 10가지가 넘는다. 10년이 넘게 곰삭은 것도 있다. 배부르다고 한 말은 엄살이었다.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추천! 한정식집(광주 지역번호 062)

송죽헌 222-4234

명선헌 228-2942

연희회관 223-7800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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