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국제방송센터(IBC)가 들어설 채비가 한창이다.완벽하지는 않지만 IBC다운 면모를 풍기는 것은 월드컵경기 중계방송을 제작하는 주관방송사 HBS의 주조정실이 벌써 자리잡았기 때문. 그 안에 월드컵방송을 전세계로 송출할 한국통신의 전송시스템도 갖추어져있다.
이광우(李光雨ㆍ47) 한국통신월드컵방송부장은 각 경기장에서 보내오는 방송신호가 제대로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테스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월드컵대회가 시작되면 전세계 시청자의 촉수가 이곳으로 뻗어올 것이다. 국내 10개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개최되는 경기까지, 모든 월드컵 경기의 중계방송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간다”고 말한다.
전세계로 동시에 내보낼 수 있는 방송전송망은 비디오 100회선, 오디오 500회선이다. 그래서 긴장감은 극도에 달한다. 그는 ‘아무 사고 없이 제대로 되야 하는데’하는 걱정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고 털어놓았다.
20일 대구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 본격적인 시험대였다. 대구경기장에서 영상신호를 받아서 중계방송하는 SBS에 넘겨주는 작업. 3월 말 전송시스템을 구축한 후 계속 테스트를 하고 있었건만 실전은 정말 피 말리는 것 같았다.
HBS(Host Broadcast Serviced)가 모든 경기중계를 독점하기에 이번 월드컵경기 중계에 관한 한 KBS MBC SBS 등 국내방송사들은 구경꾼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부장은 “FIFA의 높은 장벽을 뚫고 월드컵 방송에 참가한 국내의 유일한 기술진이라는 생각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방송 전송 서비스를 따내기 위해서 HBS와 힘겨루기를 해온 시간도 잊지 못한다. 벌써 2년째다.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가서 저녁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출장도 부지기수였다. 특히 애를 먹이던 회계담당자를 여기서 다시 만났을 때는 정말 얼굴을 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지난 1년간 집에서 편안히 저녁을 먹은 기억조차 없다.
축구에 대한 소박한 애정마저 없었다면 이 같은 고생을 견뎌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내 아마추어축구팀 ‘아람’에 소속돼 있는 이씨는 “요즘은 바빠서 토요일 경기에 가질 못한다”고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포지션은 라이트윙, 레프트윙”이라고 귀띔해준다.
월드컵 동안에는 1,000여명 직원과 함께 IBC에 붙박이로 있어야할 형편이지만, 단말기의 모니터로 모든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방송전송사고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했다고 강조한다. 경기장마다 2.5기가비트(Gbps)급 전송망을 2개씩 구축했고, 방송을 해외로 내보낼 때는 2개의 케이블과 위성으로 삼원화한다.
HBS가 일본에서 제작한 중계방송도 일단 IBC를 통과해가기 때문에 아태해저케이블 네트워크(APCN-2)외에도 올해 3월 한ㆍ일간 국제해저케이블네트워크(KJCN)를 구축했다. “중계 방송 전송사고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31일간 그가 치르는 월드컵이야말로 전세계 60억 인구를 생생한 축구현장으로 안내할 것이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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