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의 고고학 박물관박정근 지음
다른세상 발행ㆍ9,000원
고고학의 출발은 발굴이다. 고고학자들은 발굴로 얻은 유물들과 부단히 대화하면서 기록되지 않은 옛 역사를 재구성해간다.
그러나 유물 분석만으로 수만, 수십 만년 전 역사를 되살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고고학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고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 구석기에서 청동기까지 선사시대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시대별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 42가지를 뽑아 설명했는데 각 장 앞머리에 시대 개관을 붙여 이해를 돕는다.
초기 인류는 왜 두발걷기를 시도했을까. 잘 알려진 가설들은 손을 자유롭게 해 연모를 만들거나 음식을 운반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두발걷기를 한 시점은 약 400만년 전이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돌 연모는 약 260만년 전의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처음 사용한 연모가 석기였을까’하는 의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간다.
쉽게 썩는 탓에 흔적이 남아있지 않지만 나무 연모가 최초의 도구였다면 ‘연모 사용’ 가설은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인류학자들이 모형 표범을 가지고 침팬지의 대응을 실험한 일이 있는데, 침팬지 무리는 나뭇가지를 던지거나 나무로 땅을 치며 공동방어를 했다.
초기 인류도 이런 식으로 나무 연모를 사용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
상상으로 풀어 썼다 해서 전혀 근거 없는 공상은 아니어서 고고학 학설과 전문 용어들도 등장하지만 옛날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뙤약볕 아래서 종일 땅을 파고 말 없는 유물과 씨름하며 밤을 지새는 고고학자들의 애환도 느껴볼 수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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