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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崔외교 訪美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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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崔외교 訪美 '유감'

입력
200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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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의 방미는 워싱턴이 바라보는 서울과, 서울이 바라보는 워싱턴간의 간극을 재삼 드러냈다. 이 간극은 이번 방미의 형식과 결과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최 장관은 17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대신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차관)과 회담했다. 파월 장관이 중동 사태로 이집트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관심이 중동사태에 집중된 17일 파월 장관은 카이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으로부터 면담이 거부돼 코가 석자나 빠졌다.

이 상황에서 우리 체면만을 생각해 ‘늦더라도 장관 회담을 하자’고 조르는 것은 동맹국간 예의가 아니라는 당국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정에도 방미를 강행했고, 장관이 상대측 차관과 회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를 제대로 된 모양새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위가 어찌됐든 한반도 현안이 뒷전으로 밀린 상황은 우리로서는 씁쓸하다.

이번 방미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방북으로 마련된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뤄졌다는 배경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 불발로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북한의 대화 의지를 여전히 신중히 평가하는 미측 인사들과 우리 당국과의 인식차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최 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 농담을 빌어 “최근 한반도 상황 호전은 우리(미국)가 강경책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일견 미국이 채찍을 들고, 한국이 당근을 드는 식의 방식이 효율적이었다는 역대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그의 진의를 ‘북미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미국의 대북인식과 강경책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쪽이다.

최 장관의 귀국 발길이 무거워 보인다.

이영섭 정치부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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