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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농지제도 개선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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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농지제도 개선의 방향

입력
200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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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는 최근 농업의 국제화에 대응한 경쟁력 강화, 농촌활력 증진과 농가소득 증대 및 한정된 농지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기본 방향 아래 10개항의 ‘농지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이 중 300평 미만 소규모 농지의 취득 규제 완화와 농업진흥지역내 소득ㆍ편익시설 설치 범위 확대 등 5개항의 농지법 시행령 개정사항은 지난 1일부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주식회사의 농지 소유 허용,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의 소유상한 폐지, 가구당 300평 한도의 도시민 농지 소유 허용 등 농지법 개정사항은 법 개정에 앞서 각계의 의견 수렴을 위해 시안형태로 제시되었다.

이번 조치는 1996년의 농지법 시행과 함께 이뤄진 진흥지역내 농지의 소유상한 폐지와 합영ㆍ합자ㆍ유한회사 형태 법인의 농지 소유 허용에 이어 농지의 소유자격 및 상한을 엄격히 규제했던 1949년 농지개혁법의 틀을 청산한다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정부수립 직후 만들어진 농지개혁법은 과거 지주소작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아래 소유자격 제한과 3정보 소유 상한제 등을 골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94년 농지법의 제정 때까지 농지의 절반 가까이가 임차지로 바뀜으로써 소유자격 제한이나 소유 상한제는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격 제한과 소유 상한제 폐지는 법제상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새로 발표된 ‘농지제도개선방안’에 대해 농지보전 및 투기의 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이 농업진흥지역 밖에 있는 밭농사의 규모화, 도시자본의 농촌유입과 도ㆍ농 교류의 확대를 통한 농촌의 활력 증진, 소규모 농지의 다각적 활용, 지역실정에 맞는 농지 자원의 효율적 이용 등 여러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시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현재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농업협상과 2004년 쌀 개방 재협상, 중국의 WTO 가입 등 농업국제화와 시장 개방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농지소유자격의 완화와 소유상한의 폐지를 포함한 규제철폐 조치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별도의 정책수단을 통해 대응해 가야 한다.

원칙적으로 농지를 포함한 국토자원에 대한 규제는 소유 규제보다는 이용 규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 성패는 토지 공(公)개념의 정립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

적정 규모의 우량농지 보전 및 농지 투기 대책은 소유자격이나 상한의 규제가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케 하는 농촌지역 토지이용계획제도의 도입ㆍ운영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정립되어야만 토지 투기의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지제도가 농지의 소유 및 거래 제도에 대한 규제보다는 용도ㆍ이용규제나 전용규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따라서 농림부의 규제완화 조치에 병행해 건설교통부가 관장하는 국토이용관리 차원의 농촌지역 토지이용계획제도가 내실 있는 운영체계를 확립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집행할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토지이용계획의 수립ㆍ운영이 개발과 보전의 균형 있는 시각에서 이뤄질 때 농지정책의 목표도 차질 없이 실현될 것이다.

이를 위해 토지정책 관련 부처간의 정책조정ㆍ협력과 중앙ㆍ지방정부 간의 역할분담이 특히 중요하다.

또 농지정책의 추진은 기본적으로 정책수요자인 국민 편익의 증진과 한정된 국토자원의 합리적 이용체계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농지제도개선방안’이 한정된 국토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적정 규모의 농업생산기반의 유지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활발한 여론 수렴과 미래지향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새로운 세기의 농업ㆍ농촌발전을 위한 활력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영일·서울대 농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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