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은 체코 작가 까렐 차뻭(1890~1938)이었다. 1920년에 발표한 희곡 ‘로봇’을 통해서다.
원제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회사(Rossum’s Universal Robots)’였다.
체코어 ‘robota’에서 a를 뺀 로봇은 작품 속에서 인간 대신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인간을 닮은 기계로 그려졌다.
차뻭이 80여년 전에 묘사한 로봇은 오늘날 기술 문명의 상징이 돼버렸다.
‘로봇’(길 발행)이 완역됐다. 서막과 본극 3막으로 구성된 희곡 작품이다.
작가 차뻭은 “절반은 과학에 대한 희곡”이라고 밝혔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끔찍한 기계화를 멈출 수 없다. 기계화는 많은 다른 존재를 파괴할지라도, 더 빨리 점점 더 빨리 진행된다. 인간의 두뇌에서 나온 개념이 결국 인간의 손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부분이다.
부자(父子) 과학자 로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로봇 생산공장에 헬레나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인권 연맹 회원으로 로봇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지만, 로봇 회사 대표 도민과 결혼하게 된다 처음에는 하인처럼 쓰였던 로봇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품는다.
전세계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에게서 배운 방법으로 인간을 살육하고 정복한다.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도리어 산업에 지배당하게 된 것이다.
로봇이 생식기능까지 갖춤으로써 인류의 후예로 거듭난다는 결말은 섬뜩하다.
기술의 진보가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믿는 공장 대표 도민, 산업주의만이 현대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장 영업 담당자 부스만, 비인간적 기계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헬레나.
이들에게 저항하는 로봇. 작가는 “이들 모두의 말이 다 옳다”고 말한다.
“고상한 진실과 사악한 잘못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진실이 그에 못지않은 다른 진실과 대립하는 것이 현대 문명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희곡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인간적인 감정이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지금껏 바람으로만 남아 있는 것 같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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