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키케로 지음ㆍ오흥식 옮김
궁리 발행ㆍ1만원
로마 최고의 문인이자 정치가, 웅변가였던 키케로(기원전 106~43)가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을 쓴 것은 그의 나이 예순두 살 때였다.
나이를 먹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체력이 떨어진다, 쾌락을 즐길 수 없다, 죽음이 멀지 않다.
노년이 불행한 것으로 여겨지는 네 가지 이유에 대해 키케로는 하나하나 반론을 펼쳐나간다.
80대의 정치가 카토가 30대의 두 젊은이 라일리우스와 스키피오에게 전하는 이야기 형식이다.
“육체는 쇠약하다 하더라도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노인의 일거리는 없는가? 큰 일은 육체의 힘이나 재빠름이나 기민함이 아니라, 사려깊음과 영향력과 판단력에 의해 행하여진다네.”
노년이 되면 일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키케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쪽이다.
“갖고 있는 힘을 이용해서 그 힘에 맞춰 하려고 하는 바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네.”
그렇다면 노년이 되면 쾌락을 즐길 수 없다는 씁쓸한 지적은? “노년이 쾌락을 거의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은 비난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칭찬거리”라며 명쾌하게 반박한다.
플라톤은 쾌락을 ‘악을 낚는 미끼’라고 불렀다. 이런 미끼와의 전쟁에서 자유로우니 노년은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환호한다.
노년이 되면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노년의 결실은 앞서 이뤄놓은 좋은 것들에 대한 풍부한 기억”이라는 명언을 던진다.
봄은 청년기를 의미하고 농부에게 미래의 열매를 약속하지만, 남은 시기도 열매를 추수하고 저장하는 일에 알맞기 때문이다.
2000년 전 현자가 들려주는 노년은 이렇게 풍요롭고 아름답다. 노년이 스스로를 지켜 나간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것들을 다스려 나간다면, 노년이야말로 영예로운 인생의 시기라는 것이 키케로의 전언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