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폭로는 그 진위와는 별도로 최씨가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야당에까지 로비를 시도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최씨는 자신의 비리가 문제가 될 상황에 대비,전방위 안전판을 만들어 놓으려 했다고도 볼 수 있다.최근 그의 비리가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그가 지난해부터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및 의원들과 친분을 갖기 위해 야당가를 맴돌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최씨는 DJ사람인데 자꾸 우리 쪽에 접근하니 주의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최씨의 드러나지 않은 야당 인맥이 의외로 넓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그가 이 전 총재의 핵심 측근인 윤 의원에게 제 3자의 도움까지 받아 접근한 데는 물론 이 전 총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노림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윤 의원과 6~7차례 만나 다양한 후원 제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추측된다.윤 의원은 최씨와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문모씨에 대해서는 "공직에서 은퇴한 당외 인사"라고만 밝혔다.
정재문 의원에 대해서는 미 버클리대 동문임을 앞세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홍사덕 의원은 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할 때 잠시 최씨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한 측근은 "최씨가 김희완씨의 소개로 캠프에 들어와 1월 주최한 용산기지 이전 세미나에서 미국측 인사를 초청하는 일을 맡았다"며 "그러나 그 후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윤여준의원 "최씨 돈 받았다는건 모략"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은 19일 “최규선씨를 6,7차례 만났지만 돈을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_최씨와는 어떻게 만났나.
“전 공직자 문 모씨 소개로 지난해 늦여름께 처음 만났다. 측근들의 모함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멀어졌다며 이회창 전 총재의 대미 관계를 돕겠다고 했다. ”
_자택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있나. 녹음테이프도 있다는데.
“의원직을 걸고 말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 설 의원은 녹음테이프가 있다면 공개하라. 사실관계 입증 못한다면 공작정치 책임지고 의원직 사퇴는 물론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_최씨 사건이 불거진 후 이 전 총재에게 접촉 사실을 알렸나.
“보고할 이유 없었다. 설 의원이 사과ㆍ해명할 때까지 의원회관에서 농성하겠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