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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문학계 '아름다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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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문학계 '아름다운 연대'

입력
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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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여 년, 미술은 미술대로 제 갈 길을 갔지요. 그동안 영상시대에 문학은 이미지의 폭격을 받으면서 무척이나 소외됐습니다. 그러나 언제 미술 하는 사람들과 문학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소원했습니까. 다시 만나야 합니다.”(조각가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다 같이 인간의 삶과 꿈의 표현인 예술에 무슨 경계선이 있어야 할까. 미술과 문학은 한 줄기에서 각자 힘껏 벋어나간 가지일 것이다.

한동안 남 보듯 했던 우리 문화계의 미술인과 문학인이 다시 만나려 한다. 한 전통있는 월간 문예지의 존폐문제를 계기로 해서다.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원로와 중진, 중견과 소장을 망라한 미술인 67명이 재정난에 빠진 월간 ‘현대문학’을 돕기 위해 뜻을 모았다.

24~3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02-730-5454)에서 열리는 ‘현대문학을 돕는 미술인 67인전’은 오랜만에 보는 우리 문화계의 아름다운 연대(連帶)이다.

그 연대는 문화를 상업주의에 함몰시키고 있는 우리 사회에 외치는 함성이기도 하다.

현대문학은 1955년 1월호로 창간돼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올해 4월로 568호를 낸 최고 지령(誌齡)의 순수문예지.

하지만 상업적 대중문화의 바람 속에서 발행이 위축되면서 계속된 재정난으로 존폐위기에 몰렸고, 그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말부터 문화 각계 인사들의 후원 운동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미술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결집돼 열리게 된 것이 이번 전시회다.

원로 서양화가 권옥연 권영우, 한국화가 서세옥 신영상 이원좌 화백을 비롯해 중진 이우환 오경환 이만익씨가 동참했고, 평단의 원로인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도 그림을 냈다.

중진 이두식 한만영 한운성 황용엽 이강소 윤석남 황인기씨는 물론 재미작가 김원숙씨도 작품을 보내왔다.

김병종 강경구 문 범 설원기 양주혜씨 등 중견과, 조덕현 김 범 엄정순 정서영 도윤희씨 등 활발한 소장들도 참여했다.

조각가 안규철씨와 윤동구 신현중 정 현, 사진작가 강운구 구본창 박영숙씨도 흔쾌히 작품을 냈다.

안규철씨는 “70년대까지만 해도 명동 다방에서 미술인과 문학인들은 부딪치고 만났다. 최근 거리감이 생겼지만 미술 하는 사람들은 늘 가슴 한쪽에 문학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지 않은가. 그들 사이에 현대문학의 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화랑 갤러리 라메르도 전시공간을 거의 무료로 대관하겠다고 나섰다.

참여한 미술인들은 당초 현대문학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현대문학은 창간호 표지에 고(故)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실었다.

이후 568호에 실린 구본창씨의 사진까지 매호 표지가 화가와 조각가, 사진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200여 명 작가가 표지를 장식했고, 최근 잡지 속에 실리고 있는 드로잉을 그린 젊은 작가들도 60여명 된다.

그만큼 미술을 애호한 문학지인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창간호부터 568호까지 현대문학 표지 전부가 가로 세로 3.6 X 2㎙의 대형 패널에 모자이크 돼 화랑의 한 벽면을 벽화처럼 장식하게 된다.

5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의 변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출품작들은 수가 많아 소품, 중간 크기로 제한했다.

작품 가격도 낮췄다. 너무 비싸서는 원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값의 40%가 현대문학 후원금으로 적립될 예정.

문인들의 화답이 없을 수 없다.

개막일인 24일 오후5시 전시장에서는 작가 박완서 김주영씨가 소설을 낭독하고, 시인 김종길 정현종 이수명 이 원 등이 시 낭송회를 연다.

26일 오후 6시 30분에는 제47회 현대문학상 시상식도 전시장에서 열린다.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노소, 장청을 망라한 미술인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만 해도 문화사적인 사건”이라며 “미술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이번 전시회로 시서화(詩書畵) 삼절이 하나였던 우리의 문예 전통이 되살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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