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의 방미를 통해 한미양국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방북이후 한반도에 대화국면이 자리잡을 계기가 마련됐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하지만 북한의 대화의지에 관한 양국의 평가에 있어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담당 대사 방북을 위한 북미간 협의가 당초 이번 주 뉴욕채널을 통해 이루어 질것으로 점쳐졌으나 최소 1주일 이상 늦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 하다.
먼저 최 장관은 17일부터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등 미 대북정책 책임자들과 잇따라 만나 북한의 프리처드 대사 방북 수락을 ‘북미대화의 초대장’으로 간주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더 이상 고립을 원치 않는다는 임 특보 메시지를 공유한 것이다. 이는 또 미국이 ‘악의 축’ 발언이 나왔던 올해 초와 현 국면간의 차별성을 인식하는 것으로도 관측된다.
이로써 임 특보 방북결과를 미측에 직접 설명하는 것으로 향후 한미양국이 대화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나간다는 최장관의 방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
하지만 최 장관의 방미성과는 이 지점에서 그친 듯하다. 미측은 “북미대화는 조건이 되면 진행될 것”이라는 11일자 북한 외무성 논평을 거론했다.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겠다는 미측에 조건을 운운한 논평은 미측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라이스 보좌관이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조건없이 대화한다는 미국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할 것 같다.
최장관도 ‘미측이 임 특보 방북 결과를 북측의 태도 변화로 간주하는가’라는 질문에 “임특사 방북결과를 환영한다”는 대답으로 피해갔다.
물론 미측의 현 평가가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북한이 뉴욕채널을 통한 실무접촉과 프리처드 대사 방북 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가에 따라 미국이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한다.
이런 전언은 최 장관이 라이스 보좌관을 면담한 직후 “미측은 북한 영변 핵시설 사찰의 시간표를 밝히지 않았다”고 밝힌데서 확인된다.
이는 미측이 대화국면 조성을 위해 이 문제를 당분간 거론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워싱턴 소식통들은 최 장관이 중동사태 중재를 위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장기 해외체류로 17일 부득이 아미티지 부장관(차관)과 회담한 모양새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미대화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에 크게 밀리는 관심사여서, 현 국제환경이 우리측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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