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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ish Fashion…내 안의 '소녀'가 도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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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ish Fashion…내 안의 '소녀'가 도발한다

입력
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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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는 데 효과가 있다면 마약이라도 기꺼이 삼킨다. 세월의 흔적이 배제된 젊고 아름다운 육체는 이제 종교와 같다.하물며 옷이 ‘영원한 젊음’의 환상을 충족시켜준다는 데 차려입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걸리쉬 패션이 춘하복 시장을 휩쓸고 있다. 걸리쉬(Girlish) 패션이란 말 그대로 소녀 취향 복장을 말한다.

주름을 넣어 봉긋하게 부풀린 퍼프소매, 커다란 리본장식, 레이스로 만든 미니 드레스, 러플이 달린 층층이 치마, 커다란 코사주, 알록달록한 스타킹과 발레리나 슈즈 등이 주요 아이템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 옷들은 함께 연출하면 도발적인 세련미가 넘친다.

지난해 ‘바닐라 B’가 본격 걸리쉬 패션을 내세워 대성공을 거둔 이후 ‘조 앤 루이스’ ‘올리브 데 올리브’ ‘레니본’ ‘피오루치’ 등 동종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또 ‘아이엔비유’ ‘로질리’ ‘오즈세컨’ 등 기존 내셔널 브랜드들도 걸리쉬 아이템들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영캐주얼 담당 바이어 장헌수씨는 “매장마다 퍼프소매와 주름장식 블라우스 등 걸리쉬 아이템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올해 큰 유행” 이라며 “전체 영캐주얼부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10대 소녀들이나 입을까 싶은 귀여운 옷들이지만 걸리쉬 패션의 주요 고객은 정작 10대가 아니다.

‘바닐라 B’ 마케팅팀 박희란씨는 “실제 매장에서 구입하는 고객들은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가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나이에 구애 않는 패션 마인드 중심의 소비자들이 늘면서 30대 이상까지도 고객층으로 흡수되고 있다.

실제 ‘바닐라 B’가 최근 조사한 고객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 고객층은 21~25세(40%)였으며, 가장 유력한 소비자 층으로 여겨졌던 16~20세는 20%에 불과했다. 26~30세는 21%, 31세 이상은 16%에 달했다.

걸리쉬 패션의 급부상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키덜트(Kidult)족’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키덜트란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세일러문이나 마시마로 캐릭터에 탐닉하고 전자게임을 즐기는 등 아동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성인들을 빗댄 신조어다.

삼성패션연구소 패션기획팀 서정미 실장은 “아이 같은 어른이란 결국 현대인이 갖고 있는 동심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상징한다.

걸리쉬 패션 역시 꿈 많고 낙관적이었던 소녀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어려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와 다이어트 열풍으로 처녀시절의 날씬한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는 30~40대가 많아진 것도 걸리쉬 패션이 폭넓은 시장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1세기 첫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은 로맨티시즘의 연장선에서 걸리쉬 패션을 보는 시각도 있다.

스타일리스트 조명숙씨는 “9ㆍ11 미국테러사건이후 그 충격에 대한 반동으로 행복과 낭만, 낙관주의를 키워드로 한 로맨틱 패션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로맨티시즘이 한국과 일본에서 더 아기자기하고 가볍고 발랄하게 변형된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상당한 스타일링 능력을 갖춘 채 옷입기를 일종의 놀이로 즐기는 신세대들이 주력 소비자층으로 성장, 빅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패션 관계자들은 걸리쉬 바람이 2003년까지도 무난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더 젊고 예쁘고 심지어 도발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은 세 번의 해를 넘길 만큼 질기다. 그러나 이 소녀 취향 옷차림의 성공여부는 ‘연출’에 달렸다.

조명숙씨는 “걸리쉬 아이템은 부드러운 것은 딱딱한 것과, 화려한 것은 단순한 것과 조화를 이루는 크로스코디 원칙을 지켜야 어색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화장품이야? 팬시상품이야?

걸리쉬 패션이 뜨면서 화장품 케이스에 명랑만화의 여주인공 같은 캐릭터를 넣은 브랜드들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있다. ‘블룸’, ‘스틸라’, ‘모스키노 향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화려한 프릴이 달린 층층이 치마를 직접 입고 나설 용기는 없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뷰티 제품 하나쯤 재미삼아 갖고다니려는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블룸에는 오드리 햅번을 연상시키는 ‘미스 블룸’이 케이스 마다 등장한다.

미스 블룸은 꽃을 꽂은 뱅 스타일의 머리, 유머러스한 입술 등 즐거운 일만 생길 것 같은 20대 직장여성으로 사용자에게 동일시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스틸라의 여성 캐릭터는 긴 팔다리에 ‘한 패션’ 할 뿐더러 각 나라의 독특한 색깔을 갖춘 옷차림으로 변신한다.

지난 3월 국내에 선보이면서, 벌써 남대문 앞에서 부채를 들고선 스틸라 캐릭터가 발표됐다.

모스키노의 새 향수 ‘로 칩앤쉬크’는 아예 만화영화의 고전 ‘뽀빠이’의 올리브 캐릭터를 따왔다.

모스키노 향수 홍보실 이지연씨는 “젊은이들은 물론 30~35세 까지도 향수병이 귀엽다며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며 “요즘은 심각한 것 보다는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라 만화캐릭터가 고객에게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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