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 직원들은 매표소에서 정산결과가 나오기 전에 공식 집계된 관중 수를 미리 알아 맞히는 게임을 자주 한다. 가끔 안면 있는 팬들도 여기에 참여하는데 경기장 출근부에 매일 도장을 찍고 선수기록을 줄줄 꿰는 자칭 프로팬도 구단직원을 이기는 경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프로급 직원들에게는 상식수준인 정보를 재미로 경기장을 찾는 아마추어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관중석 비어도 수천명 집계
분명히 관중석이 텅 비어 있었지만 다음날 신문 경기기록표에 관중 수 몇 천명하고 나왔을 때 팬들은 내가 잘못 봤나 하지만 구단 직원들은 그게 착시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또 팬들은 정산과정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만 매표정산 자리에는 사용료를 받는 경기장측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입회하기 때문에 단 한 장의 착오도 있을 수 없다.
이 게임에서 팬들이 구단직원에게 지는 이유는 숫자로만 나타나는 투명관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표만 구입하고 경기장에는 오지 않은 팬 때문에 생기는 허수가 있다. 이 숫자는 관중 수에는 잡히지만 관중석에는 앉지 않는 숫자로 미리 판매한 시즌티켓이나 단체예매에서 더러 생긴다. 예를 들어 시즌티켓 2,000매를 판매한 구단이라면 경기당일 매표소에서 단 한 장의 입장권을 못 팔았더라도 그날 관중수가 2,000명으로 집계된다. 시즌티켓이나 단체관람권을 많이 파는 구단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단체예매등 허수 탓
다음은 일반석 구입 팬에게 소액 입장권을 여러 장 팔아 발생하는 허수가 또 있다. 이런 현상은 구단에서 발매하는 입장권이 여러 종류일 때 가끔 생긴다. 예를 들어 5,000원짜리 일반석이 다 팔리고 1,000원짜리 어린이 회원권만 남았을 때 일반석 구매자에게 1,000원짜리 5장을 팔고 일반석에 앉히면 4명의 허수가 생긴다.
이때 입장수입 총액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입장수입을 나눠 갖는 경기장 측이나 원정구단에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극히 드물긴 하지만 구단에서 입장권을 매입하여 관중 수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거나 다른 대형 이벤트에 손님을 뺏겨 지극히 불명예스러운 최소 관중이 예감될 때 고육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자리에는 앉지 않고 숫자로만 나타나는 투명관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팬들은 이 게임에서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또 관중이 한 여름에는 띄엄띄엄 앉고 쌀쌀할 때는 붙어 앉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리고 프로구단은 인쇄매체 광고주들이 발행부수를 중시하듯이 스포츠 투자자들도 관중 수를 근거로 투자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시 관중 뻥튀기기가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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