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예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16일 미국 CNN 방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주미 팔레스타인대표부 대표는 현지 주민의 증언 등을 토대로 “한 개인이 누군가를 테러로 죽였다고 그가 살던 마을 주민 전체를 공격하는 일이 미국에서라면 가능하겠느냐”며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수백 명을 집단학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 예닌 현지 사령관은 “작전상 불가피한 경우는 있었겠지만 일부러 민간인을 사살한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예닌 집단학살 여부에 대한 논란보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벌어지는 확인된 인권유린 행위일 것 같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10면 보도)는 이스라엘군의 비무장 민간인 사살, 가옥 파괴, 약탈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채널 2와 하레츠 신문 등 이스라엘 언론에도 보도된 사례 하나를 보자.
“베들레헴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이 폭탄으로 집 문을 부쉈다. 안에 있던 어머니 알 하와자(31)가 치명상을 입었다. 어머니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동안 아이 다섯은 망연자실 눈물만 흘렸다. 남편이 앰뷸런스를 부르러 갔지만 검문소에서 막혔다. 군은 벽을 계속 뚫고 나갔다.”
그녀는 물론 죽었다.
영국군 소령 출신으로 앰네스티 현지 조사를 맡았던 데이비드 홀리는 “우리가 조사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은 군사적 목적에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민을 괴롭히고 겁주고 모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기가 극도로 문란하든지 아니면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자살폭탄 테러로 인한 이스라엘인 민간인들의 희생이나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60~70년 전 나치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광일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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