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일주일 넘게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 처리에 고심하면서 전체 수사의 구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검찰은 9일 “지난해 대검 수사상황 유출자는 김 고검장”이라는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의 진술을 전격 공개했다.
검찰안팎에서는 조직내부를 정비한 뒤 본격적으로 아태재단과 권력핵심에 대한 수사에 나서겠다는 검찰의 결연한 의지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당시 수사관계자는 “수사에는 순서가 있다”며 “김 고검장 문제 등 이 전이사 관련사건을 먼저 치고 아태재단으로의 자금유입을 수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따라서 검찰이 재수사의 첫 단추로 김 고검장을 선정한 이상, 신속한 처리로 향후 수사의 방향타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진술공개 후 10여일이 지나서야 김 고검장에 대한 소환일시를 정하는 등 더딘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피조사자인 이 전이사의 주장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조사대상자로 김 고검장을 지목한 뒤 계속 소환을 늦춘 것도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다.
이와 관련 대검은 공식적으로 “김 고검장이 전면 부인할 경우까지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는 탓”이라며 “현직 고검장에 대한 예우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의 고심을 두고 유죄입증의 어려움과 김 고검장의 반발, 조직내부의 동요 등의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김 고검장에게 적용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상당히 엄격한 입증을 요구한다.
김 고검장이 서울지검장이었다는 점에서 비밀누설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대검 간부가 기밀을 알려줬다고 해도 김 고검장이 함구한다면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는 쉽지않게 된다.
당사자인 김 고검장의 반발도 검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 고검장은 “어떻게 일방의 주장인 자필진술서만으로 현직 고검장에게 망신을 줄 수 있냐”며 “억울해서라도 버티겠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소환지연이 수사팀과 김 고검장과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춰지면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넘어야할 산” “여론에 밀린 무리한 수사”라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검찰이 19일 소환통보 의사를 밝힌 이상, 김 고검장 처리는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검찰로서는 향후 권력핵심에 대한 수사에 한층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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