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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종 87주년 원불교 이광정 종법사 "포장만 넘치는 시대 진실성 회복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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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종 87주년 원불교 이광정 종법사 "포장만 넘치는 시대 진실성 회복이 시급"

입력
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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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ㆍ1891-1943)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창시한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이다.올해로 87주년을 맞는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전남 영광 백수읍 길룡리 영산(靈山) 성지에서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좌산(左山) 이광정(李廣淨ㆍ66) 제4대 종법사를 만났다.

인도의 마라난타가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한 곳이기도 한 영산 성지 일대 6만여평은 마치 연꽃 모양처럼 사방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고장.

소태산 대종사의 생가를 비롯, 기도터인 삼밭재 마당바위, 원불교 최초의 교당 등이 모여 있었다.

좌산 종법사는 내내 진실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진(眞)의 도(道)’ 다시 말해 ‘진실에의 길’이었다.

“요즘은 포장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요. 세상을 한번 보세요. 포장과 걸맞지 않은 내용물이 넘쳐 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세상의 기초는 진실입니다. 기초가 무너지면 일체가 거짓으로 화하지요. 사람도 저마다 진실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원불교는 교육을 강조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다. 영산 성지의 성지고 등 대안학교 세 곳이 있다.

좌산 종법사는 처음에는 문제아로 입교했던 아이들이 졸업식장이 울음바다가 될 정도로 눈물을 쏟은 일화를 소개했다.

마음공부를 중시하는 교풍이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을 강조한 탓이라는 설명이었다.

좌산 종법사는 현실 정치에 대해 묻자 “새로운 대통령은 투철한 무아봉공(無我奉公), 국가 대의에 입각해야 한다. 연쇄소아주의적 정치의식이 연쇄대아주의적 정치의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전이 끊이지 않게 된다”고 조언했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을 흡수통 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다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길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을 봐도 상대를 살리면서 내 생존을 보장받는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철이 안 들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원불교는 타 종교에 비해 포교에 그다지 힘을 쏟지 않는다.

“종교계에서 마음을 휘어잡는 바람몰이는 혹세무민일 뿐이다. 원불교는 더디더라도 원리 원칙에 따라서 진행해 갈 것”이라는 것이 좌산 종법사의 말이다.

지금도 새벽 4시반이면 일어나 참선을 한다는 좌산 종법사는 선(禪) 요가로 몸을 푼 뒤 경전을 보거나 사람을 만나면서 하루 일정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18세에 원불교에 귀의한 뒤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정남(貞男) 서원을 하고 교단의 요직을 두루 거치다가 1994년 11월 제4대 종법사에 올랐다.

“길흉화복의 운명이 어디서 옵니까? 사람들은 밖에서, 혹은 요행수나 팔자에서 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돼요. 마음은 주체적인 존재입니다.

그 존재를 잘 관리해 좋은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좌산 종법사는 진실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도로 ‘마음 공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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