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영남지역은 기회이자 도전의 땅이다.영남지역은 경남 김해 출신인 노 후보의 연고지이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역대 선거 결과를 감안할 때 노 후보의 영남지역 득표력은 12월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관건이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
민주당 경선 초반에 노 후보 돌풍이 일면서 영남지역에서의 노 후보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3월20일자 조사에 따르면 이전에는 20%대에 머물던 노 후보의 지지율이 부산 울산 경남(PK) 39.6%, 대구 경북(TK) 34.2%로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3월27일자 조사에서 노 후보는 PK 43.2%, TK 39.5%로 지지율을 높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양자 대결 때 두 조사 모두에서 이 후보를 앞서지는 못했으나 PK 중에서도 부산, 울산 지역에서는 이 후보를 제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PK출신인 노 후보가 강한 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얘기되는 TK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것은 모든 여론조사의 공통된 현상이다.
문화방송(MBC)이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4월2일자 및 4월16일자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이 같은 현상은 보다 극적으로 나타난다.
노 후보는 PK에서 40.3%에서 43.5%로 지지율을 높였으나 TK에서는 38.2%에서 33.8%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반대로 한나라당 이 후보는 PK에서 44.6%에서 44.5%로 정체상태를 보였으나 TK에서는 45.1%에서 51.4%로 지지율을 높였다.
MBC-갤럽 여론조사가 민주당 경선 중반과 종반 초입의 표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노 후보는 자신의 출신지에서는 지지세를 꾸준히 확산시키고 있지만 TK지역에서는 지지율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평가된다.
PK와 TK의 분리현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TNS가 문화일보와 연합뉴스의 의뢰를 받아 4월9일과 4월16일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소 상이하나 나름대로 시사점이 있다.
노 후보는 4월9일 조사에서 PK 43.1%, TK 46.5%로 모두 이 후보를 눌렀으나 4월16일 조사에서는 PK 36.6%, TK 33.3%로 다시 역전 당했다.
이러한 결과는 노 후보의 바람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을 낳기도 한다. 민주당 경선의 긴장감이 떨어진 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변의 비리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후보 전략
노 후보측은 호남지역을 비롯한 기존의 민주당 지지기반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영남 벽을 허물지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인제 변수’로 충청지역에서 비우호적 표가 늘어날 경우에는 더 그렇다.
노 후보가 추진하려고 하는 정계개편은 새로운 전국적 정책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영남에서의 지지세를 착근시키려는 목적도 크다.
정계개편의 규모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연대 추진, 한나라당 민주계 의원들의 이탈 여부에 따라서는 민주당을 확대개편, 당명을 바꾸는 등의 조치가 병행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PK출신이기는 하지만 김 대통령의 계승자라는 점을 집요하게 부각시킬 것이 분명하다.
김 대통령으로부터의 자연스러운 분리 및 차별화 문제는 노 후보측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다.
노 후보가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을 이어간다는 점을 확실히 하면서도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노 후보는 권력주변의 비리의혹이 부담은 주겠지만 자신의 개혁ㆍ청렴 이미지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으로 돌파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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