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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무엇이 젊은세대 움직이나

입력
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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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돌풍의 주역은 젊은 세대들이다.기성정치에 식상해 있던 이들의 폭발적인 참여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노무현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의 참여로 노무현 돌풍이 일고 돌풍이 일자 참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들의 노무현 지지가 끝까지 가서 표로 연결될지, 아니면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나타나 관심의 표적이 다른곳으로 이동하면 거품이 빠져버리는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근저에는 변화에 대한 강한 갈망이 깔려있고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라는 새로운 쌍방형 컴뮤니케이션 수단이 이들을 묶어주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들은 학생신분으로, 또는 넥타이를 매고 1987년 6월 항쟁에 참가, 절대 권력이 무릎을 꿇는 6ㆍ29 선언의 감격을 맛 보았다.

하지만 이내 김대중ㆍ김영삼 두 김씨의 분열로 민주화의 열망이 부서지는 현장도 목도했다.

88년에는 여소야대가 위력을 발휘한 청문회 때문에 80년 광주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뒤늦게 알았고, 절대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게 와해되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또 언론 청문회를 통해 권력이 어떻게 언론을 짓 밟았고 언론이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어떠한 욕심을 채웠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됐다.

90년 3당 합당때는 정치인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권력투쟁에 나서면 시정잡배 보다 나을게 없다는 점도 새삼 확인했다.

문민정부가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도입 등 개혁을 추진하고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 받는다는 선례를 남겼지만 외환관리를 잘못해 IMF 체제를 자초, 참담하게 퇴진 하는 것도 지켜 보았다.

IMF 때는 실직과 파산 등 직접 피해를 당하거나 주변에서 인생이 망가지는 슬픈 장면을 숱하게 목격했다.

국민의 정부가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지만 자민련과의 공동정부에다가 소수세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채 비틀 거리는 것을 보고 정치에는 수(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기도 했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대안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는 마구잡이식 폭로와 반DJ 정서의 반사이익만을 챙기는 것을 보고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절망한 나머지 ‘이민이나 가 버릴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았다.

새 천년 첫 선거라는 4ㆍ13 총선때는 참신함을 내세우는 386세대 후보를 찍었지만 이들이 초장부터 대권싸움에 휩싸여 맥을 못추는 것을 보고 ‘이런 정치라면 차라리 없느니 만 못하다’는 회의감이 깊어갔다.

신문은 정치면을 보지 않았고 TV뉴스에서 정쟁얘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렸다.

박찬호와 박세리의 선전이 스트레스를 풀게 해 주었고, 용의 눈물이나 왕건 등의 사극이 그나마 빈곤한 화제를 채워주었다.

6ㆍ15 남북정상회담 때는 감격해 했고 뒤 이은 8ㆍ15 이산가족 상봉때는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대북 퍼주기 공방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정일의 모습을 보고 냉엄한 현실을 직시 하기도 했다.

정부가 언론사에 세무조사를 할 때는 시원하기도 했지만 신문 길들이기라고 길길이 뛰는 일부 신문의 보도를 보고는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386세대로 불리는 30대와 475세대로 불리는 40대가 평균적으로 걸어온 지난 날의 압축이다.

20대는 이중 일부만 경험했지만 들어서 아는 간접체험은 했다. 이들은 지난날을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변화와 개혁을 해야만 이 극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들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8% (20대 25.0, 30대 26.4, 40대 20.4%ㆍ16대 총선기준 중앙선관위 자료)로 절대적이다.

누가 이들을 어떻게 사로 잡느냐에 따라 12월 대선은 물론, 6월 지방선거의 양태와 결과가 판가름 날 것이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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