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金弘傑)씨는 수시로 한국에 드나들면서 최규선(崔圭善)씨를 만나 돈을 받았으며 최씨가 각종 이권과 관련, 기업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자리에도 자주 동석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적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홍걸씨는 지난 한 해에만 무려 15차례나 입국, 그 때마다 4~5일씩 서울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학생 신분으로는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회수로, 모종의 또 다른 귀국목적을 상정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다.
실제로 홍걸씨는 귀국 때마다 거의 매번 최씨를 만나면서 업체 인사들과의 자리에 자주 동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홍걸씨가 지난해 최씨와 함께 지폐 보안장치 개발사업을 추진중이던 D사측 인사들과 만난 뒤, D사는 최씨에게 8억여원을 건넸다. 최씨 주변인들은 이 같은 액수로 보아 홍걸씨가 단순히 배경 이상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최씨는 “홍걸씨에게 수시로 용돈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돈이 홍걸씨가 최씨의 ‘사업’을 도와준 대가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걸씨의 동서 황모씨가 지난해 말 최씨와 함께 중소건설업체에 수주 알선을 제의하며 거액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도 최씨의 이권개입에 홍걸씨가 어떤 형태로는 개입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반면, 홍걸씨가 업체로부터 직접 이권 청탁을 받지는 않았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홍걸씨가 깊이 발을 담그지는 않은 채 최씨의 ‘얼굴마담’ 역할만 했으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씨는 통상 업체 관계자와 인사가 끝나면 “구체적인 일 처리는 내가 할 테니 식사비만 내고 먼저 나가라”며 홍걸씨에게 자리를 피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신이 최씨의 이권개입에 끌어 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홍걸씨가 모를 리 없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홍걸씨가 사는 LA 교외 랜초 팔로스버디스 집은 얼마 전부터 비워진 상태로, 전화도 자동응답기만 돌아가고 있다.
홍걸씨는 이 집이 지난해 3월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에 의해 알려진 뒤 철문을 설치하고 보안용 카메라를 달아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해 왔다.
홍걸씨 측근인 제임스 방 변호사는 “입장표명 등은 모두 서울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당분간 본인이 직접 나서 해명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걸씨는 1993년 10월 어학연수차 LA에 처음 건너갔으며 94년부터 2000년까지 USC(남가주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생답게 월세로 살며 무기중개인 조풍언씨 부부 등 극히 일부와만 교류해온 그가 한인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95년 3월 토랜스의 34만5,000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한 뒤부터.
2000년 5월에는 현재의 97만5,000달러짜리 고급주택을 구입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홍걸씨는 포모나대학의 객원 연구원 자격으로 박사과정에 등록해 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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