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해 제작한 가상 아동 포르노를 금지하는 법령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미국 대법원은 16일 미성년자가 직접 출연한 경우는 물론, 출연자가 미성년자라고 인식될 수 있는 영상물의 제작 및 소지를 범죄 행위로 규정한 아동포르노보호법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실제 어린이의 사진을 합성해 제작한 영상물은 불법이지만 컴퓨터로 제작한 사이버 어린이가 출연하는 포르노물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미국 의회는 1996년 가상 아동 포르노물이 어린이들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이상 성욕자나 아동 추행범들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동포르노보호법의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해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터니 M 케네디 대법관은 “부도덕한 행위를 조장하는 모든 표현 행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며 “가상 아동 포르노물이 실제로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유발하는지는 법이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판결이 나오자 영화 업계 및 인터넷 규제의 철폐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아동포르노보호법에 따르면 17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성행위를 담은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아카데미영화상 수상작인 ‘타이타닉’ ‘트래픽’ 을 감상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법령의 수정을 촉구해 왔다.
반면 법무부, 교육계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존 애쉬크로포트 미 법무부 장관은 “대법원의 결정은 소수의 예술가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는 명백한 해악”이라고 비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 법령을 지지해 왔다.
잔 라뤼 미국 가족연구협회(FRC) 연구이사는 “어린이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영상물이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마크 폴리 공화당 의원은 “첨단 기술로 제작된 가상 포르노는 실제 포르노와 다를 바 없다”며 “포르노업자들의 상술에 헌법이 유린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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