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7일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며 26개월여만에 930대에 올라서자 증시 주변의 ‘1,000 대망론’에 한층 힘이 실렸다. 삼성전자 실적 호전 기대감 뿐 아니라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이 ‘쌍끌이 장세’를 연출할 정도로 수급도 개선돼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에는 상승 모멘텀이 사라지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을 떠 올릴 때라는 것이다.■ 펀더멘털-기업실적 호전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3.24%나 올라 930.51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지수도 1.06% 상승, 87.43을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가 930대에 오른 것은 200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시장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과 증시 주변 수급 구조가 모두 호전되고 있기 때문.
먼저 펀더멘털 측면의 호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1ㆍ4분기 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삼성전자 외에 LG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실적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풀이된다.
우려했던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치보다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6일(현지시각) 월가에선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1ㆍ4분기 주당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한 14센트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치. 같은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와 노벨러스시스템도 월가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또 자동차업체인 GM과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등도 모두 주당 순이익이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2.06%나 상승하고 나스닥 지수도 3.59%나 치솟았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무려 5.58%나 급등했다.
■ 수급 개선-기관과 외국인 쌍끌이
수급도 개선되고 있다. 2월 말 이후 서울 증시에서 순매도 공세를 펼쳤던 외국인은 17일 2,6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 현물시장에서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하는 선순환을 연출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팀장은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앞으로 증시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의 매수 여력도 확충되고 있다. 최근 지수가 800대로 떨어진 뒤 조정을 보이자 저가 대기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것. 실제로 투신협회에 따르면 순수 주식형 잔고는 8일 8조2,593억원에서 15일 8조5,614억원으로, 같은 기간 혼합 주식형 잔고는 14조3,853억원에서 14조6,4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현재 7%인 주식투자 비중을 2012년까지 20~30%로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은 대형 호재였다.
■ “뉴스에 팔아라” 생각할 때
그러나 아직 1,000포인트를 넘보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박재훈 차장은 “지금 장은 사실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급등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그러나 1ㆍ4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올 지와 2ㆍ4분기 실적이 어떨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 시장이 다시 하락할 경우 외국인이 언제든지 매도세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도 “미국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힘들고 이미 지수가 5일 연속 상승, 추가 상승 가능성이 그만큼 작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젠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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