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기적이나 엄청난 비밀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그냥 스쳐 지나간 연인을 몇 년 후 기적처럼 만난다거나, 알고 보니 ‘내가 왕자나 공주’라는 식의 이야기는 그래서 동화나 영화 속에나 있을 법한 환상들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환상을 믿고 싶어한다. 그 주인공들에게 자신을 대입시켜 잠시나마 행복에 젖어들 수 있기에.≫
■세렌디피티 / '첫눈에 반한 두사람 7년후 운명처럼 재회'
만날 인연이라면, 아무런 끈을 갖고 있지 않아도 만나게 돼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천만에 그건 운명이고, 필연이야.
뉴욕에 사는 영국 여자 사라(케이트 베킨세일)은 그런 여자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애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 남자 조나단(존 쿠삭)과 운명을 시험해 본다.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책에 적고는 그것을 헌 책방에 팔고, 남자의 연락처를 적은 5달러짜리 지폐로는 사탕을 사먹고는 그것이 다시 각각 상대방 손에 돌아오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 채 헤어진 두 사람.
그러나 신은 그들에게 ‘뜻밖의 행운을 찾아 낼수 있는 능력’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주셨나 보다.
7년이 지나도록 그들은 애인과 결혼하지 않았고, 어느날 문득 그리움에 사무쳐 서로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쉽게 그들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게 하면서 속을 태우지만, 마지막에는 정말 기적처럼 우연히 그 책과 지폐를 돌아오게 해 그들을 만나게 해준다.
이런 우연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마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작가 마크 클레인과 ‘마이티’의 피터 첼섬 감독의 아기자기한 솜씨가 그런 생각마저 잊게 만든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스노우 독스 / '친엄마 따로 있다고? 그것도 알래스카人'
내게 친 엄마가 따로 있었다니. 그것도 알래스카 여자라니? 마이애미에 사는 흑인 치과의사 테드(쿠바 구딩 주니어)에게 어느날 유언장이 날아든다.
그 유언장은 다름 아닌 전혀 모르던 생모가 남긴 것. 그는 자신의 출생비밀도 알아보고, 어머니가 남긴 유산도 정리할 겸 눈 덮인 알래스카로 날아간다.
그것으로 그의 인생이 바뀔 줄이야.
어머니가 남겨놓은 그 놈의 여덟 마리 개와 마지막 개썰매 경주를 준비하는 괴팍한 성격의 친아버지 썬더(제임스 코번) 때문이다.
영화는 쿠바 구딩 주니어의 코믹연기를 동원해 테드가 온갖 해프닝 끝에 개썰매를 배우고, 경기에 참가했다가 눈보라 속에 실종된 아버지를 구해내고, 또 사랑하는 여인도 만나면서 테드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테드의 친 부모가 백인과 에스키모인이란 설정이 언뜻 피부 색깔로도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 브라이언 레반트 감독의 ‘스노우 독스’(Snow Dogs)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그보다는 쿠바 구딩 주니어의 코믹연기에 알래스카의 설원, 개들의 깜찍한 연기, 스릴 넘치는 개썰매 경주와 결합시킨 유쾌한 상상일 뿐이니까. 19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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