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한옥마을에서 16일 열린 국창 공연에 참가한 여덟 명창 중 정광수(93) 한승호(78) 두 명창은 판소리 ‘적벽가’로 20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 선다.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도 소리가 가장 되고 어렵다는 적벽가를 93세, 78세 고령에 한다는 게 놀랍거니와 우리 시대 최고 명창의 소리로 듣는다는 것이 더욱 반갑다.
정광수 옹은 제갈공명이 남병산에 올라 동남풍 비는 대목부터 20분 정도, 한승호 명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시간을 한다.
북 가락은 주봉신 정화영 김청만 세 고수가 번갈아 친다.
정광수 옹의 발림은 유명하다. 소리를 하다가 어느 순간 전광석화처럼 번쩍 내보이는 발림은 그 자체로 춤인데, 요즘 소리꾼들은 그 멋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그의 적벽가는 유성준에게 배운 것이다.
스승에게 물려 받은 소리를 되도록 고치지 않고 지켜왔기 때문에 옛 소리의 본바탕이 오롯이 남아있다.
점잖은 선비 풍모를 지닌 그에게 언젠가 누가 물었다.
“요새는 귀명창이 없어 외로우시겠습니다.” 그 말에 그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고 한다.
한승호 명창의 소리는 매우 독특하고 어렵다. 오늘날 적벽가는 주로 박봉술 제인데 반해 그의 적벽가는 김채만 제다.
입 안에서 소리를 돌리고 굴려서 내는 이른바 아귀성, 말을 정교한 엇박으로 갖다 붙이는 엇부침 등 그의 창법은 워낙 독특하고 어려워서 배우려는 이가 드물다. 스스로 말한다.
“요새 어디 이 소리를 할 사람이 있소? 남들은 목이 안 돌아가. 나나 허지 아무도 못혀. 그러니 제자가 한나도 없제.”
왜 굳이 그 어려운 김채만 제를 하느냐고 묻자 “다른 소리는 너무 쉬워서 맛이 없어”라고 답한다.
그저 소리 하나 붙들고 평생을 살아온 외곬수 대명창들의 이 귀한 자리에 참여하는 것은 특별한 감동이 될 게 분명하다.공연 문의(02)580-3043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