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93세 정광수ㆍ78세 한승호 명창 '적벽가' 완창 무대 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93세 정광수ㆍ78세 한승호 명창 '적벽가' 완창 무대 연다

입력
2002.04.18 00:00
0 0

남산 한옥마을에서 16일 열린 국창 공연에 참가한 여덟 명창 중 정광수(93) 한승호(78) 두 명창은 판소리 ‘적벽가’로 20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 선다.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도 소리가 가장 되고 어렵다는 적벽가를 93세, 78세 고령에 한다는 게 놀랍거니와 우리 시대 최고 명창의 소리로 듣는다는 것이 더욱 반갑다.

정광수 옹은 제갈공명이 남병산에 올라 동남풍 비는 대목부터 20분 정도, 한승호 명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시간을 한다.

북 가락은 주봉신 정화영 김청만 세 고수가 번갈아 친다.

정광수 옹의 발림은 유명하다. 소리를 하다가 어느 순간 전광석화처럼 번쩍 내보이는 발림은 그 자체로 춤인데, 요즘 소리꾼들은 그 멋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그의 적벽가는 유성준에게 배운 것이다.

스승에게 물려 받은 소리를 되도록 고치지 않고 지켜왔기 때문에 옛 소리의 본바탕이 오롯이 남아있다.

점잖은 선비 풍모를 지닌 그에게 언젠가 누가 물었다.

“요새는 귀명창이 없어 외로우시겠습니다.” 그 말에 그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고 한다.

한승호 명창의 소리는 매우 독특하고 어렵다. 오늘날 적벽가는 주로 박봉술 제인데 반해 그의 적벽가는 김채만 제다.

입 안에서 소리를 돌리고 굴려서 내는 이른바 아귀성, 말을 정교한 엇박으로 갖다 붙이는 엇부침 등 그의 창법은 워낙 독특하고 어려워서 배우려는 이가 드물다. 스스로 말한다.

“요새 어디 이 소리를 할 사람이 있소? 남들은 목이 안 돌아가. 나나 허지 아무도 못혀. 그러니 제자가 한나도 없제.”

왜 굳이 그 어려운 김채만 제를 하느냐고 묻자 “다른 소리는 너무 쉬워서 맛이 없어”라고 답한다.

그저 소리 하나 붙들고 평생을 살아온 외곬수 대명창들의 이 귀한 자리에 참여하는 것은 특별한 감동이 될 게 분명하다.공연 문의(02)580-3043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