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K고 3년 조모(18)군은 요즘 진로문제로 고민에 빠졌다.컴퓨터 분야에 막연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조군은 1학년말 “엔지니어는 고용살이가 되기 쉽다”며 상경계열 진학을 고집하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문과를 택했다.
문과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지만 교차지원을 이용해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진학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2학년을 마쳤다.
그러나 조군은 2003학년도 대입에서 교차지원에 대한 제한이 크게 강화되자 대학과 학과선택 문제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입을 앞두고 진로와 학과선택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조군 처럼 부모가 원하는 방향과 수험생의 진로선택이 달라 갈등을 빚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진로선택을 단순한 진학문제로 보는 학부모들의 태도를 우려한다. 진로선택은 적성과 특기, 취향을 고려해 인생방향을 결정짓는 것으로 대학진학은 그 시작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미석(陳美碩)박사는 “대학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졸업후 취업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만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시절에는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됐지만 이미 그 시절은 지나갔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도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만큼 대학과 학과 선택에 있어 취업전망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일단 사회에서 무슨 일(業)을 할 것인 지를 결정한 뒤 전공과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학과 전공선택은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고 궁극적으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선택, 즉 장기적인 인생설계가 가능한 한 전제가 돼야 한다.
▼체계적인 진로교육 필요
고 3년에 올라가 대입이 발들의 불로 떨어진다고 해서 만의 하나 개인의 직업가치관이 하루아침에 정립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랜기간동안 학생 스스로 적성과 소질, 흥미 등을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과 기회가 주어지는 체계적인 진로교육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적성검사나 직업흥미검사를 초등학교 때 1번, 중ㆍ고교 때 각 2번 정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특히 고교 진학을 앞두고 인문계나 실업계냐를 결정하는 중3때와 문과나 이과를 선택해야 하는 고1, 그리고 대학과 전공선택을 앞둔 고3때의 검사는 진로선택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 같은 검사들은 효율적인 직업 선택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임 언(林彦) 박사는 “적성검사 등은 피검사자가 스스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도록 하는 수단이지 그 결과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적성검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02-516-2590)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02-2194-0701) ▦전국 시도별 청소년 종합상담실 등에서 받을 수 있다.
▼부모 역할 더욱 중요
지난해 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고교생의 학과 선택에 영향을 준 사람은 자신(75.8%), 부모(12.1%), 친구ㆍ선배(3.5%), 형제ㆍ친척(3.1%), 학교교사(2.3%) 학원선생님(1.1)의 순이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부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부모세대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진로를 강요하는 것은 자식의 인생을 그르칠 수 있다”며 “부모가 배우고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전국 시ㆍ도 교육청(서울 02-3999-114)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부모진로교육’을 통해 올바른 자녀 진로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02-3460-0114)에서도 ‘학부모를 위한 진로교육자료’라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미래 유망 직업들
유망 직업은 산업구조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관심이 쏠리는 유망산업분야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자원부의 첨단기술산업위원회는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 비교우위가 있는 기술분야 등 9가지 요인을 고려해 ①전자·정보 ②반도체, LCD(액정 디스플레이)산업 ③메카트로닉스 ④광 산업 ⑤항공기 ⑥자동차 ⑦신소재 ⑧생물·정밀화학 ⑨섬유 등을 유망직업군으로 꼽았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인터넷서 적성검사를"…상담사이트 다양
학생이나 학부모나 아직은 진로상담센터를 찾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적성 특기 등 진로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검사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최근 2005년부터 수능시험 반영을 대학자율로 정하고 수험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따라 집중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적성검사와 진로상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직업진로상담센터가 운영하는 커리어넷(careernet.re.kr)은 진로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직업적성검사, 직업흥미검사, 직업가치관 검사, 직업흥미검사 등 진로선택에 필요한 각종 검사와 결과에 대한 해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상으로 결과 해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고 직접 센터를 방문해 상담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교육포털사이트인 에듀토피아(www.edutopia.com)도 학생들이 객관식 질문에 답하면 곧바로 적성에 맞는 직업과 학과를 알려주는 적성검사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심리검사 전문기관인 한국가이던스(www.guiidence.co.kr)도 ‘청소년코너’를 통해 각종 심리검사와 진로관련 검사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진로 및 직업관련 인터넷사이트는 고용안정정보망(www.work.go.kr) 한국직업능력개발원(www.krivet.re.kr) 서울시교육과학연구원 진로정보센터(www.sesri.re.kr) 한국청소년상담원(www.kyci.or.kr) 한국교육과정평가원(www3.kice.re.kr)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www.kcce.or.kr) 교육부(www.moe.go.kr) 노동부(www.molab.go.kr) 등에서 유용한 진로정보와 다양한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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