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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구운명 인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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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구운명 인류에 달렸다

입력
200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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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이 황사와 가뭄으로 찌드니 지구의 날이 주는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오는 22일은 제32회 세계 지구의 날이다.이 날은 태양계의 위대한 별, 지구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지구인의 축제일이 아니고, 산업문명으로 중병이 든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시대적 절박감에 의해 제정된 날이다.

약 46억년 전에 생성된 지구는 원래 태양계의 다른 별들처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약 38억년 전에 생명체가 처음 나타났고 지구는 점점 생명체가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 갔다.

당연히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고 50만년 전에는 인류가 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많은 생명체들은 지구를 자신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가꿔 왔다. 지구는 처음부터 ‘생명의 별’로 생성된 게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에 의해 가꾸어진 것이다.

46억년에 해당하는 지구의 나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년 365일로 바꿔보자.

1월 1일 0시 정각을 지구 탄생 기점으로 하면, 2월 27일 경에 생명이 처음 출현했고 12월 31일 23시 2분 경에 인류가 나타난 것이 된다.

또 서기 2000년이라는 세월은 1년 중 마지막 14초에, 지난 20세기는 0.7초에도 조금 못 미치는 짧은 시간이다.

1년의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인류는 지구의 어느 생명체보다 우수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 노력은 20세기에 들어와 산업문명이라는 미명 아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었고 더 오래 살 수 있었다.

수십만년에 걸쳐 15억이 된 세계 인구는 단 100년만에 60억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산업문명의 이면에는 환경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고 개발과 오염으로 자연은 파괴되고 지구는 병들었다.

길고 긴 지구의 역사로 보면 한낱 ‘찰나’에 불과한 한 순간에 인류라는 생명체 때문에 지구는 운명을 달리할 중병에 걸린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사막화, 산성비 등으로 지구 곳곳은 이미 병색이 짙어져 가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상 재해는 매년 반복되고 땅은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으며,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 했던 많은 생물종들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핵발전소가 붕괴되고 독가스가 누출되고 유독성 폐수가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유조선이 바다에서 좌초되는 등 수많은 환경재난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여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가뭄과 홍수는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으며, 황사는 이제 매주 반복되는 경보 수준에 와 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금수강산은 파괴와 오염으로 신음 중이고 그 병은 이미 바다에까지 이르고 있다.

백두대간 곳곳이 파헤쳐지고 하천과 호수에는 녹조가, 바다에는 적조가 철마다 찾아온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과 숨쉬는 공기, 그리고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이제 지구는 더 이상 인류의 영원한 삶터가 될 수 없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그 암시를 감지하지 못한 채 산업문명이 주는 풍요로운 삶에 도취되어 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지구의 중병이 계속 보고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지구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왔는데, 인류만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류는 자신과 지구를 위기로부터 구해야 한다.

인류가 정녕 지구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라면 지금부터라도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해야 한다.

산업문명의 치부를 도려내는 대 수술이 우리 세대에 이루어져야 다음 세대의 미래가 보장된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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