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 참여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치러져 온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밀어 올렸다.강력한 경쟁자였던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17일 남은 경선을 포기했고 종합 득표율 10%대 초입에 머물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후보의 뒤집기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12월 대선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예상대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승리할 경우, 노-이 대결로 치러진다.
여기에 신당 창당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영남출신인 노 후보는 민주당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지역 경선에서 모두 승리한데 이어 지지세를 급속히 확산시켜 나갔다.
노 후보는 연고지인 부산ㆍ경남(PK)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지지도를 높여가면서 역대 대선의 가장 중요한 구도였던 영호남 지역대결구도를 무너뜨리는 효과를 낳고 있다.
노 후보는 또 경선 과정에서 이념ㆍ노선 시비, 색깔 공세, 음모론 등을 어느정도 견뎌내면서 본선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노 후보측은 노 후보의 개혁적 자세, 국민통합 소신을 견지해 온 일관된 정치철학과 서민적 이미지 등을 최대의 강점으로 꼽는다.
이미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노 후보를 매개로 큰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노 후보의 강점은 본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제 노 후보가 앞으로 불거질 수도 있는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취약했던 당내 기반을 극복,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당 지도부와 협의,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정계개편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정계개편론은 다분히 한나라당내 민주계를 겨냥한 것으로 영남의 벽을 허물고 영남대표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이지만 그 과정에서 당내 일부세력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후보의 영남 대표성은 곧바로 6ㆍ13 지방선거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노 후보측은 이미 영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영입후보 물색작업에 들어갔다.
노 후보는 경남,부산,울산 가운데 하나도 못 건지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언명한 상태다.
노 후보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책과 노선을 계승하되 시행착오는 시정ㆍ보완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김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의혹과는 별개여서 앞으로 노 후보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 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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