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 험한 산 어디메가 너 누운 자리고.”17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 현장. 새까맣게 타버린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아 해발 236m의 가파른 진흙탕 산길을 올라온 유족들은 폐허가 된 현장을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들은 사방에 널려 있는 비행기 잔해를 뒤지며 희생자들의 좌석을 확인하느라 현장 주위를 넋을 놓고 헤맸다. 영정과 국화꽃을 준비한 유족들은 곳곳에서 간단한 제사를 지냈고, 발굴 작업을 하는 구조대원들 틈바구니에 끼어 땅을 고르며 유품을 찾는 유족들도 눈에 띄었다.
안타까운 눈물로 통곡의 바다가 된 산등성이에는 거센 바람이 된 희생자들의 넋이 유족들을 맞았다.
조부모를 잃은 김정현(金廷炫ㆍ23ㆍ인천 교대)씨는 이마에 땀이 흠뻑 젖은 채 비행기 꼬리 잔해로 찾아가 “내년에 졸업하면 하와이 보내 드리려 했는데, 첫 해외여행이라고 그렇게 좋아하셨는데”라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상무(孫尙武ㆍ72) 할아버지는 분홍색 보자기에 싸온 소주를 비행기 잔해에 뿌리며 애타게 아내 이명숙(李明淑ㆍ66) 할머니를 찾았다.
그는 발굴 작업을 하고 있던 구조 대원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유족들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모와 동생 내외, 조카 등 일가족 6명을 잃은 정원호(49)씨는 마지막까지 남아 발굴 작업을 지켜보다 발견된 야구모자를 가리키며 “저거 조카 준(5)이 모자 맞다”고 소리쳤다.
박명자(朴明子ㆍ40)씨 가족은 부모의 영정과 꽃을 준비해 가 생존자가 전한 부모의 좌석을 찾아 제사를 지냈다. 부모의 마지막 자리를 찾아 헤매던 강병국(29)씨도 흩어진 잔해마다 국화꽃 한 송이를 놓는 등 유족들은 곳곳에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막내딸 김수미(30ㆍ여행사 직원)씨를 잃은 하순임(67ㆍ여)씨는 “공부도 많이 했는데 처녀귀신이 되다니 원통하고 원통하다”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사고 현장을 떠날 줄 몰랐다.
김해=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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