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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버드대의 두 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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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버드대의 두 앙숙

입력
200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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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교수가 29년 동안 몸담았던 하버드대를 떠나 컬럼비아대로 옮긴다는 소식이다.삭스 교수 자신은 부인하고 있지만 평생 라이벌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H Summers) 총장과의 불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삭스는 우리가 IMF 체제에 있을 때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와 IMF를 강하게 비판해 한국인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전경련의 자문을 맡기도 했고 대우그룹의 김우중씨와도 친분이 깊다.

▦ 삭스와 서머스의 경쟁은 하버드 주변에서는 유명하다. 두 사람은 나이 부터가 1954년 생으로 동갑이고 같은 유대인이다.

서머스는 학부는 MIT를 나왔지만 하버드를 나온 삭스와 대학원 때부터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이 된다. 삭스는 26세에, 서머스는 28세에 각각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딴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듯이 29세 때 나란히 하버드의 정교수가 된다. 두 사람은 하버드의 최연소 정교수 기록을 함께 가지고 있다.

서머스는 워싱턴으로 가 재무장관까지 지냈고, 삭스는 하버드에서 강단을 지켰다.

▦ 삭스는 서머스가 몸담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 경제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미국 중심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지나치게 강요한다는 게 요지였다. 삭스의 비판은 진보성향이 강한 하버드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강의실은 학생들로 넘쳤다.

1998년 가을학기에 그의 강의를 청강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강생이 몰려 강의실을 세번이나 옮겼다.

강의 주제도 주로 개발도상국이 봉착한 경제적 난관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였다.

▦ 사단은 서머스가 클린턴 행정부가 끝난 뒤 2001년 하버드대의 27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생겼다.

47살에 하버드대 총장이 된 서머스는 대학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여러 교수들과 마찰을 빚었다.

미국 언론들은 ‘하버드는 내란 중’ 이라고 보도 했다. 이 내란은 삭스로 하여금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는 하버드를 떠나게 했다.

삭스와 서머스의 미묘한 관계를 보면서 우리 정치의 김대중ㆍ 김영삼 두 김씨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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