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사고대책본부라는 게 있기나 한 겁니까? 정부 쪽 사람 한명 못 만났습니다. 이게 정부차원의 조속한 사고수습 대책입니까?”통곡으로 밤을 꼬박 지샌 중국 여객기 추락참사 유족 500여명은 16일 날이 밝자마자 김해시청의 사고대책본부로 몰려가 분노를 터드렸다.
워낙 잦은 대형사고 처리경험 때문인지 사실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 후 정부의 대응조치는 신속하고도 정확했다.
사고 직후 총리가 주재하는 관계부처 대책회의가 열렸고, 건설교통부 장관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수습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저녁 무렵에는 벌써 군·관·민 요원이 5,000명 선으로까지 늘어나 칠흑 같은 어둠과 폭우 속에서 필사적인 생존자 구조와 사망·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부상자들에 대한 응급처치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아침 유족들의 항의는 끝이 없었다.
“우리한테 온 대책본부 사람 입에서 술 냄새가 진동합디다.”
“장관과 도지사, 시장마다 입만 열면 ‘유족들의 잠자리와 식사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싸늘한 콘크리트바닥에 깔 스티로폼과 담요 몇 장이 전부입니다.”
“밤새 생수가 떨어져 목을 태운 데다, 뒤늦게 갖다 준 아침식사도 말라빠진 김밥 뿐이었습니다.“
“사방에다 무성하게 말을 하면서도 가장 애타는 우리를 위한 브리핑은 정작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대형사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의 수습방식에선 효율만 강조될 뿐, 정서적인 다독임이나 배려가 결여돼 있다.
당국과 유족들 간의 작은 감정적 골이 확대돼 번번이 수습의 발목을 잡고 끝내는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지곤 하는 까닭이다.
혈육을 잃은 유족들의 참혹한 심정을 달래주는 일이야말로 사고수습의 핵심이라는 점을 당국자들이 새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동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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