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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칭기즈칸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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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칭기즈칸의 과학

입력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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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에디슨은 방문객에게 새 발명품 보여주기를 좋아했다.그의 집 뜰에는 회전식 문이 설치돼 있었는데, 방문객은 설명장소로 가기 위해 한 사람씩 그 문을 지나가야 했다. 문이 매우 무거워서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편리한 발명을 많이 했는데, 이 문은 왜 무겁게 놔뒀느냐?” 에디슨은 웃으며 답했다.

“그 문은 통과하는 사람이 지붕 위의 물탱크로 30ℓ씩의 물을 펌프질 해 올리도록 고안돼 있다.” 과학의 생활화를 보여주는,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일화다.

■ 동양의 4대 발명품은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이 꼽힌다. 종이 제조법은 당(唐) 고선지 장군이 이슬람군에 패하면서 이슬람세계를 거쳐 유럽에 전해졌다.

신라 출신인 고 장군의 부하 중에 종이 기술자가 있었고, 그가 포로가 됐기 때문이다.

후에 칭기즈칸이 타시켄트를 점령했을 때 그 일대에는 종이 제조업이 번성했다고 한다.

동양의 발명품들은 칭기즈칸의 중동ㆍ유럽 원정을 통해 널리 전파되었다. 칭기즈칸은 문맹자였으나 기술자를 우대하고 과학을 활용할 줄 알았다.

■ 조지프 니덤은 동양의 과학이 2~15세기 동안 유럽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갈릴레오 혁명’과 함께 유럽에 과학 르네상스가 시작된 후로는 판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동설 등을 낳은 갈릴레오 혁명이란 과학 자체에 대한 기본방법의 발견을 말한다. 유럽은 마침내 아시아를 따라잡았다.

반면 동양과학에서는 서양 과학혁명에 필적할 아무 변화도 없었고, 호기심에서 나온 마술 이상을 넘지 못한 것으로 혹평된다. 불과 지난 200~300년간의 일이다.

■ 과학의 달 4월에 우리 과학을 걱정하는 소리가 귀에 따갑다.

대입에서 이ㆍ공계 지원율이 최저를 기록하고, 이ㆍ공계 학생도 사법시험 등으로 눈을 돌리는 예가 너무 많다.

과학자가 되면 박봉에다가 기술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쉬지않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이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긍지를 갖고 연구에 전념케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그것은 후손들이 과학의 열매를 함께 맛보게 하는 투자이기도 하다. 칭기즈칸의 과학기술자 존중 정신이 아쉽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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