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돗대산 정산부근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폐허 그 자체였다.사고기 추락지점 반경 200여 평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잔해와 주인을 잃은 유품들. 사고기 추락직후 스쳐 지난간 자리에 갈갈이 찢겨지거나 불에 탄 1,000여 그루의 20~30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잔해 옆 흙탕물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과 여기저기 끊어진 채 뒤엉킨 전선줄.
제 위치를 잃고 나뒹구는 비행기 바퀴 등은 사고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말해 주고 있다. 여기에 시신 발굴작업을 위해 구조 요원들이 전기톱으로 잘라낸 나무 가지와 둥치가 곳곳에 버려져 있어 더욱 흉한 모습이었다.
뼛조각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한 구조 요원들의 피땀어린 수색작업은 양동이 퍼붓듯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쉴 틈 없이 계속됐다.
아침부터 낮 12시까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에다 강한 바람에 몰아쳐 천막으로 설치한 현장지휘본부가 날아갈 뻔 했는가 하면 전원이 수시로 꺼지기도 했다.
구조 요원들은 폭우 속에서도 앉아 쉴 곳이 비를 흠뻑 맞으며 작업을 강행했다. 돗대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빗물 때문에 진흙탕 길로 변해 산 아래 위를 오르내리기 조차 어려웠다.
구조 요원들은 세 팀으로 나눠 동체에는 소방대원 500여명과 구조견 4마리가 투입돼 반경 300여m를, 동체 왼쪽에는 군인 등 900여명이 반경 900여m를, 동체 오른쪽으로 경찰관 등 200여명이 반경 200여m를 샅샅이 뒤졌다.
특히 구조 요원들은 시신의 훼손을 막기 위해 마치 유물발굴작업을 하듯 호미나 가느다란 쇠막대기로 땅을 고르면서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전 11시7분께 동체 아랫 부분에서 불에 심하게 탄 시신 1구가 발견돼 구조 요원들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시신은 기체에 녹아 붙어 있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나 얼굴 뼈에 안경 알 2개 붙어 있어 사람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또 오후 1시께는 수색견 1마리가 동체 좌측 날개 부근에서 사망자의 것으로 보이는 고기덩어리를 하나 물어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사고현장 지휘본부 입구에는 수거한 탑승자들의 유품이 수북하게 쌓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유품은 깨진 컵, 접시 등 그릇과 타다 남은 옷가지, 수첩, 시계 등 다양했다.
수습된 시계의 대부분은 사고기 추락 직후인 오전 11시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20분께는 중국측 사고수습대책반 20여명이 사고현장을 방문해 30여분간 둘러본 후 구조 요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하산했다.
낮 12시30분께는 충남 연기군에 사는 서정식(徐正植ㆍ66ㆍ충남 연기군)씨가 온몸이 땀과 빗물로 범벅이 된 채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사촌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기도 했다.
비지땀을 흘리면 구조작업을 편 마산소방서 소방장 김경태(金敬泰ㆍ50)씨는 “20년 이상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이처럼 참혹한 사고는 처음”이라며 “그러나 생존자가 예상 밖으로 많았던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해소방서 소방사 성낙범(成樂凡ㆍ34)씨는 “이틀째 현장에 투입돼 탈진상태이지만 마지막 한 사람을 찾아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205특공여단 정종태(丁鍾泰ㆍ23) 병장은 “뉴스에서만 보다 직접 사고현장에 와 보니 처참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해=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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