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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파도… 푸른 파도… 길 양족으로 파도가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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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파도… 푸른 파도… 길 양족으로 파도가 친다

입력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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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도 금강산 가는 길이 뚫린단다. 연결될 길은 국도 7호선. 이 길은 원래 부산과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을 잇는 길.전장 513㎞로 우리 국도 중 3번째로 길다. 길 양쪽으로 파도가 친다.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의 봉우리파도, 동쪽으로는 동해의 푸른 파도이다.

분단이 아니었다면 단연 최고의 여행길이 되었을 것이다. 북쪽은 물론이고, 남쪽만 따져보아도 명소가 즐비하다. 국도 7호선을 타고 남쪽의 여행지를 돌아본다.

경북 영덕군에서 강원 고성군까지 남에서 북으로 달린다. 북쪽 땅의 육로관광 실현, 더 나아가 통일의 기대를 품고.

# 영덕 울진권

영덕은 가장 맑은 동해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과거 교통의 오지여서 사람의 때를 덜 탔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갑자기 세상에 알려진 영덕군의 강구항이 여행의 출발지이다.

해뜨기 전 새벽에 나서는 것이 좋다. 강구항 한쪽 언덕에 공원을 조성했다. 삼사해상공원이다. 동해안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출의 명소이다.

두둥실 붉은 해에 마음을 부풀리고 언덕 아래 항구로 내려간다. 강구항은 제법 규모가 큰 어항이다.

지금은 대게가 제철. 항구의 바닥이 온통 붉고 노란 게로 뒤덮인다. 아주머니들이 붉은 고무통을 놓고 좌판을 벌인다.

대게와 횟거리를 내놓았다. 침을 삼키며 흥정을 하는 맛.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영덕에서 꼭 들러야 하는 해변이 있다. 고래불이다. ‘고래가 물을 뿜는다’는 의미이다. 음이 조금 변했다.

고래불해변은 장장 8㎞나 뻗어있다. 20리이다. 아침 먹고 이쪽에서 출발해 돌아오면 점심녘이다.

모래는 또 어찌 고운지. 좋아하는 사람과 마냥 걷고 싶다면 고래불만한 곳이 없다. 영덕군청 (054)734-2121

울진은 잘 알려진 명소가 많은 곳. 백암온천, 성류굴, 불영계곡 등이 1순위이다. 숨어있는 명소가 있다.

소광리 소나무숲이다. 불영계곡의 한 지류이다. 울진과 봉화를 잇는 36번 국도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광천교와 만난다.

광천교에서 우회전, 포장과 비포장이 뒤섞인 길을 한참 달리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다가온다. 이 곳의 소나무는 춘양목이라는 특이품종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

예로부터 나라에서 보호해왔다.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소광리계곡에는 소나무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깨끗한 돌 사이를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있다. 발을 담그고 넋을 잃고 싶은 곳이 계속 이어져 있다. 임도가 나 있지만 트레킹이 어울린다. 울진군청 (054)782-1501

# 삼척 동해권

과거 시멘트의 도시였던 삼척은 이제 ‘동굴의 도시’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만큼 석회암층이 발달했다는 뜻이다. 환선굴이 단연 얼굴이다.

환선굴은 동양 최대의 동굴로 1997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총연장이 6.2㎞이고 개방된 구간만 1.6㎞이다.

노년기 석회암동굴이어서 종유석과 석순이 많다. 밑이 보이지 않는 계곡에 출렁다리를 놓는 등 볼 것 외에도 즐길 것이 계속 이어진다.

동굴 입구까지 가는 약 1.2㎞의 산길도 가벼운 등산을 즐기기에 좋다. 길 옆으로 너와집, 방앗간 등을 재현해 놓았다.

쉰음산이 있다. 쉰음산에는 꼭 한 번은 봐야 하는 절 천은사가 들어있다. 천은사는 신라 흥덕왕 4년(829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6ㆍ25때 몽땅 타버린 것을 복원했다. 고려의 학자인 이승휴가 이 곳에 머물며 유명한 ‘제왕운기’를 썼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 회를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임원항 등에 들르는 것은 기본이다. 삼척시청 (033)572-2011

금강산으로 가는 항구 동해는 이제 인기 관광도시가 됐다.

두타산의 무릉계곡, 애국가의 해돋이 장면에 등장하는 추암해변,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망상해변 등에는 사시사철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다.

동해시민만 알고 다니는 해변이 있다. 감추해변이다. 해변의 길이는 고작 100여 ㎙. 그런데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해변 양쪽은 물론 뒤도 바위 절벽이다.

남쪽 절벽에 작은 절 감추사가 있다. 신라의 선화공주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절입구의 맑은 샘물에 목을 축인다. 동해시 해안도로변에 있다. 동해시청 (033)533-3011

# 강릉권

영동고속도로의 확장과 직선화로 수도권에서 3시간이면 닿는 곳이 됐다. 정동진, 경포대, 오대산 등 시 전체가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비경이 있다면 단경골을 꼽을 수 있다. 7번 국도를 타고 정동진에서 강릉쪽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입구가 있다.

계곡의 돌이 특이하다. 벽돌을 비스듬히 포개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그 돌 위로 옥수가 흐른다.

산이 깊고 나무가 많아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비포장도로가 나 있지만 걷는 것이 좋다.

경포호만 강릉의 호수가 아니다. 경포호 인근에 오죽헌 저수지가 있다. 강릉대 정문에서 왼쪽 언덕길을 꼬불꼬불 오르면 만난다.

물이 맑다. 그리고 온통 짙은 숲으로 싸여있다. 강릉시민의 낚시터로 이름이 높지만 산책코스로도 좋다.

호수를 빙 둘러 드라이브 코스를 마련해 놓았는데 자동차보다는 데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물론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다.

대관령 옛길은 가벼운 등산을 즐기기에 좋은 곳. 옛 고속도로가 이제는 옛길이 돼 이 길은 원조 옛길이 됐다. 옛 고속도로변의 대관령박물관 옆으로 길이 나 있다.

오르는 데 약 2시간, 내려오는 데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서로 다른 표정의 장승이 줄지어 있는 대관령 박물관 관람도 즐겁다.

이제 강릉 여행에서 필수가 된 곳이 있다. 참소리박물관이다. 1,000여 점의 축음기와 10만여 장의 레코드를 소장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 양양 속초권

설악해변, 낙산해변, 낙산사 등 바닷가 절경은 기본이다. 양양과 속초의 속살을 깊이 보려면 산 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양양 남대천을 거슬러 오른다. 최상류에 법수치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정말 오지 중의 오지였다.

몇몇 오지 여행가들에 의해 간혹 소개가 되던 이 마을은 최근 몇 년 사이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전기가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의 대부분 가옥이 서양식 혹은 한국식 통나무집으로 개량됐다.

집집마다 위성수신안테나를 설치해 놓고 TV를 시청한다. 이동 전화도 송수신상태가 훌륭하다. 법수치리 여행의 정점은 물이다.

길과 마을을 따라 계곡물이 쉼 없이 흐른다. 하얀 돌덩어리는 물에 닦여 반짝거릴 정도이다.

설악산의 주전골계곡은 신록과 단풍철에 각광을 받는 곳. 유명한 오색약수가 출발지이다. 약 2시간 정도의 트레킹으로 설악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

그리 가파르지 않고 위험한 곳은 철다리와 안전난간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신록의 빛을 머금은 계곡물이 매혹적이다. 눈을 들면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도열해 있다.

정확한 이름이 없는 이 봉우리는 산악인들 사이에 만물상, 혹은 주전봉으로 불린다. 양양군청(033)671-8800

속초는 석호(潟湖)의 고장이다. 영랑호, 청초호 등 두 개의 석호가 있다. 청초호가 더 넓고 물이 깊지만 주변에 아파트촌이 들어서는 등 자연미를 많이 잃었다.

영랑호도 인공의 냄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호수 서쪽으로 설악산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라의 화랑 영랑이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남하하던 중 이 곳을 발견했다. 서라벌로 돌아가는 것도 잊고 아름다움에 매료돼 많은 날을 머물렀다.

이후에 호수를 영랑호로 불렀고, 화랑들의 심신수련장 역할을 했다. 영랑호의 둘레는 8㎞. 모두 포장도로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다.

아침이면 속초시민의 조깅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속초시청 (033)639-2469

# 고성권

앞으로 더 많은 여행객으로 붐빌 곳이다. 휴전선과 가깝다는 사실은 웬지 사람들의 발길을 막았다. 이제 그런 부담이 많이 없어질 터이다.

내보일만한 명승과 고적이 빼곡하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실현된다면 금강산의 입구가 된다.

청간정을 우선 꼽는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바닷가 정자이다. 기암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2층 누각 자체는 아담하다.

그러나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장대하다.

운동장만한 너럭바위 위에 갈매기떼가 쉬고 그 바위를 맑은 파도가 때린다. 돌 주변을 휘돌아가는 바닷물은 티끌 하나도 머금지 않았다.

정자 옆으로 작은 개천이 흐른다. 천후산에서 발원한 청간천이다. 바닷물을 닮아 맑다.

대찰 건봉사에 들른다. 과거에는 산길로 8㎞를 걸어 들어가야 했지만 이제는 절 앞까지 큰길이 났다.

한때 신흥사, 백담사 등 강원도내 9개 말사를 거느렸던 한국의 4대 사찰 중 하나이다. 신라 법흥왕 때 세워진 절로 거의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호국사적지이기도 하다. 융성기에는 3,183칸의 대가람이었는데 6ㆍ25때 거의 소실됐다. 요즘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분단이 만들어놓은 7번 국도의 끝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남방한계선의 해발 700㎙ 고지에 만들어 놓았다.

북으로 긴 해변이 놓여있고 그 너머로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우뚝 서 있다.

해만물상, 현종암, 부처바위, 백바위 등이 이어진다. 해만물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보면 사자가 갈기를 세우고 달리는 형상이고, 고성읍에서 보면 말의 모습이다. 바다에서는 코끼리로 보인다. 그래서 만물상이다.

만물상을 보며 만감에 잠긴다. 저 바위를 눈이 아닌 손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며.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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