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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목소리]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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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목소리]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자

입력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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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덕수궁 돌담길 입구에 서면 서울시청이 손에 잡힐듯이 가까이 보인다. 한 걸음에 시청 입구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다.그렇지만 직접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 입구에서 시청 사이에는 보도가 없기 때문에 미로와 같은 지하도를 ‘뺑뺑’ 돌아야 한다.

서울시청 주변의 지하도 입구만 무려 14개에 이르고 에스컬레이터는 사실상 가동중단 상태여서 자칫하면 10여분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서울 찬가’라는 유행가가 있을 정도로 살기 좋은 도시로 묘사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현재 모습이다.

이웃간의 정이 오고 가는 사랑방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이던 골목길은 차량이 점령하다시피 했고 주민들은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

보도는 어떤가? 울퉁불퉁해서 걷기가 어렵고 비라도 오면 흙탕물에 바지가 젖기 일쑤다.

좀 넓다 싶은 보도는 어김없이 가게 상품들이 점령해 있다. 경제 논리가 우선하고 인간과 환경이 밀린 결과다.

이제는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됐으니 인간 우선의 도시를 만들 때가 됐다.

거리를 걷는 시민의 표정에서 여유를 찾고 싶고 행여 자동차에 다칠까 싶어 꼭 쥐어야 하는 자녀의 손목도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주차시비로 높아진 목소리에 아침 잠을 깨기 보다는 골목길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에 깨고 싶다.

필자는 이런 소망을 가진 시민과 함께 단체 결성에 참여하고 여러 사업들을 진행했다. 시민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1996년 서울을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이자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이 순식간에 크게 늘었고 이 캠페인은 서울시의 ‘보행환경 기본조례’제정으로 이어졌다.

또 인사동 역사문화 보존운동(1999), 살기좋은 봉천동 만들기(1999) 등을 전개했다.

도시 정책을 입안하는 담당자들은 이제 삶의 질을 가름하는 척도가 GNP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거리가 몇 개인지인 시대가 왔다는 사실에 귀기울였으면 한다.

/ 김은희 도시연대(www.dosi.or.kr)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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