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깜짝 놀랄 수준(earning surprise)’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화하면서 “서울 증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결정적 계기를 맞을 것”이라는 희망적 얘기들이 줄을 잇는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2조원대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만으로 수출 회복 여부 등 상존하는 시장 주변의 불확실성을 단번에 제거할 순 없다는 부정적 견해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놀라운 실적은 곧바로 시장의 상승 탄력
그동안 외국인 매도세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하면 주가에 곧바로 반영된다는 게 긍정론자들의 주장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라는 실적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고, 이는 곧 장기간 매도 이후 관망자세로 돌아선 외국인들의 매수세 유입을 가져 온다는 설명. 평균 60%대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지난해 최저점과 비슷한 54%대로 떨어졌다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1999년에도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사례가 있다”며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외국인 지분율을 볼 때 이번에도 실적 발표가 외국인들을 끌어 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재 삼성전자 외엔 장을 주도할 종목을 찾기 힘든 실정에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증시는 상승 엔진을 다시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분기 이후 D램 시장이 위축돼도 TFT-LCD 분야의 고수익이 실적 추세를 밀고갈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전자의 시장 견인력 회복의 논거. JP모건증권은 “2분기 D램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58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의견도 유지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은 장기적으로 한국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외국인 매도세를 돌리는 차원뿐 아니라 상승 탄력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 효과는 의문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서울 증시의 탄력적 지수 상승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이 적지않다. D램 경기의 둔화, 뚜렷한 매수주체의 부재, 수출 변수 등 주변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실적만으로는 벅차다는 논리.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수출ㆍ금리 등 경기 측면 리스크의 해소 여부가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도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경기회복 모멘텀이 불분명한 이상 삼성전자로 인한 탄력적인 주가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이 미리 흘러나오면서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 됐다는 부분도 회의적 시각을 뒷받침한다. SK증권 전 팀장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이미 예견돼온 호재라라는 점에서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진영훈 연구원도 “만약 실제 발표 실적이 예상처럼 2조원대에 못 미치면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