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일 첫 방송을 내보낸 KBS 1 텔레비전의 독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가 지난 주 목요일로 40회를 맞았다.책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매주 한 시간 가까운 분량을 프라임타임에 내보낸 예는 없었다.
그 점에서 ‘TV 책을 말하다’는 획기적이다.
이런 종류의 교양물이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TV 책을 말하다’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보여준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비디오 문화의 확산에 있다.
그렇다면, 책 읽는 사람들을 줄이는 데 한 몫 해온 텔레비전이 독서 문화의 진흥을 돕는 것은 일종의 빚갚음이기도 하다.
‘TV 책을 말하다’는 경쟁사에도 영향을 주어 MBC는 지난해 11월부터 ‘행복한 책읽기’라는 독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MBC의 오락 프로그램 ‘느낌표’에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만들어진 것도 ‘TV 책을 말하다’의 영향일 것이다.
텔레비전의 독서 프로그램들이 죄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느낌표’의 책 코너는 광고와 다를 바 없이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책 프로그램의 맏형 격인 ‘TV 책을 말하다’도 이런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 같지는 않다.
제작자들로서 시청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어서, 어떤 책이 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더러 선정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런 관행이 초래할 출판계의 부익부 빈익빈은 시장의 확대에는 기여할지언정 독서 문화의 고양과는 별 관련이 없을 것이다.
또 아직은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의 완성도가 좀 들쭉날쭉인 듯도 하다.
씁쓸한 것은 ‘TV 책을 말하다’의 방영이 이 달 들어서 자정 이후로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그 시간대에 월드컵 특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이 중요한 행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들이 죄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프라임타임을 그 행사의 홍보물로 채우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것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는 일이기도 하다.
‘TV 책을 말하다’의 가장 큰 미덕은 그것이 프라임타임에 편성돼 있다는 것이었다.
월드컵 특집을 보기 위해 자정 너머까지 깨 있을 사람은 꽤 되겠지만, 독서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자정 이후까지 기다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KBS 제작 책임자들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씁쓸한 일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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