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中여객기 김해 추락 / 안타까운 사연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中여객기 김해 추락 / 안타까운 사연들

입력
2002.04.17 00:00
0 0

“비행기가 와 저리 낮게 나노. 아참, 엄마 올 때 안 됐나.”15일 오전 11시24분께 경남 김해시 동원아파트 인근의 한 철물점. 백영순(41ㆍ여)씨는 철물점 앞에서 중국 여객기의 추락 직전 모습을 목격하고 굉음에 놀라 눈시울을 적시면서도 “우리 어머니가 탄 비행기는 아니겠지”라며 손님 맞이에 다시 분주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백씨는 이날 오후 뉴스에서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에 억장이 무너지고 말았다.

중국 여행을 떠났던 부모님, 외삼촌, 외숙모 2명, 이모, 이모부 등 일가족 7명이 바로 그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씨는 16일 김해시청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서 “설마설마 저 비행기를 탔을까 했는데….”라며 ‘어무이’를 부르며 울부짖었다.

동원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남편과 함께 철물점을 경영하는 백씨는 이날 비행기가 아파트 바로 위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다가 곧 ‘쿵’ 하는 폭파 소리를 듣고 비행기 추락사고를 알게 됐다.

순간 백씨는 아차 하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 갔다. 중국 여행을 떠났던 부모님들이 이날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

박씨는 “오실 때가 되긴 됐는데”라며 설마설마하면서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소식은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우리 부모님은 열심히 농사지으면서 죄짓지 않고 살았는데…”라고 소리친 후 혼절했다.

이날 저녁 가족 대기실로 모인 4남4녀의 백씨 남매들은 오열을 터트렸다.

해외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부모님을 위해 계를 들어 처음 중국으로 보내드렸던 형제 자매들은 “아버지, 어머이, 아이고 어짜것노”라며 서로를 부여안고 통곡했다.

셋째 여동생 백선옥씨는 “농사만 짓던 아버지가 3년동안 간경화를 앓으셔서 많이 고생하다가 겨우 회복이 돼 바람쐬러 간다며 다른 친척들도 함께 중국여행을 떠나셨다”며 “어머니는 아버지 병 간호하면서 속도 많이 썩었는데, 제대로 보답도 못해드리고 말았다”고 울부짖었다.

딸이 목도한 일가족의 참변을 슬퍼하듯 16일 내내 돗대산 여객기 추락현장에는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김해=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