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이 초반부터 혼전에 휩싸이고 있다.16일 현재 본선리그 총 28국 중 11국이 끝난 제33기 SK 엔크린배 명인전의 초반 판세는 복잡하다.
안조영 7단이 2승으로 단독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목진석 6단과 이세돌 3단이 2승1패로 바짝 뒤쫓는 형국.
나머지 기사들도 20일 안 7단과의 세 번째 대국을 남겨둔 조훈현 9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1승2패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만약 조 9단이 승리하면 네 명이 2승1패로 공동선두를 이루게 된다.
안 7단의 초반 선두 등장은 의외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33승13패, 승률 71.7%로 이 부문 10위에 든 신예강자이기는 하나 명인전 본선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7단은 또래의 강자인 목진석 6단, 윤성현 8단을 연달아 누르며 기세를 올렸다.
명인전 초반 선전은 다른 대회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명인전 초반 돌풍의 여세를 몰아, 지난달 벌어진 36기 패왕전에서도 유창혁 9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22일부터 이창호 9단을 상대로 패왕전 타이틀 도전에 나서 예비 명인전 결승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조 9단을 비롯해 남은 상대 중 쉬운 사람이 없어 그의 명인전 도전권 획득 가능성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어려운 상태다.
초반 2연패를 당했던 유창혁 9단의 회생 여부도 관심을 끄는 부분.
유 9단은 32기 명인전 도전기에서 이창호 9단에게 2승 뒤 3연패로 역전우승을 내준 뒤, 본선리그에서도 2연패를 당해 ‘명인전 5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4일 윤성현 8단과의 대국에서 124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유 9단은 1일 끝난 6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기세가 명인전에서도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첫 판에서 유창혁 9단을 꺾고 기세를 올렸던 박승철 2단은 두 번째 대국에서 조훈현 9단에게 가로막혀 기가 꺾여 주춤한 상태다.
반면 목진석 6단은 첫 판을 안조영 7단에게 내줬지만 이후 2연승을 거둬 상승세에 있어 대조적이다.
한편 초반 11차례의 대국 가운데 10판이 모두 백을 쥔 기사의 승리로 끝난 것도 재미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덤이 5집 반에서 6집 반으로 늘어난 후에도 흑의 강세는 여전했는데 명인전 초반의 백 우세는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최강자 그룹인 조훈현, 유창혁과 다른 본선리그 진출자의 실력은 백지 한 장 차이 정도.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가 없는 33기 명인전 본선리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 장의 도전권을 향한 열기로 달궈지고 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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