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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김혜자·최진실 "이번엔 엄마와 딸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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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김혜자·최진실 "이번엔 엄마와 딸 아니에요"

입력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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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61)와 최진실(34)이 다시 만난다.‘장미와 콩나물’이후 3년의 시간을 따로 보내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27일 처음 방송될 ‘그대를 알고부터’(극본 정성주, 연출 박종)를 선택했다.

똑부러진 옌볜처녀 옥화(최진실)가 남득(김혜자)네 집에 살면서 서울생활을 배우고 남득의 조카 기원(류시원)과 사랑을 일구면서 그들은 고모와 조카며느리가 된다.

이전의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에 비하면 둘의 관계가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둘은 만나면 언제나 엄마와 딸 같다.

김혜자는 서슴없이 딸에게 기대고, 마음 씀씀이가 넓은 딸 최진실은 음료수 등을 꼼꼼하게 챙겨준다.

‘그대를 알고부터’의 첫 세트장 녹화가 있던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어머니와 딸 사이보다 더 가까운 남남으로 드라마를 시작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옌볜처녀와 시고모 역할

최진실 “선생님, 무슨 향수 쓰세요? 향수 냄새 맡으니까 선생님하고 같이 있는 게 실감난다.”

김혜자 “‘장미와 콩나물’끝나고 처음이니까, 오랜만이지. 작년 말 내가 MBC ‘명예의 전당’에 선정됐을 때 축하하러 무대에 나온 널 보긴 했지만, 내가 사람들과 따로 만나고 그러질 않아서 연락도 못하구. 참, 그런데 다들 ‘셜리 발렌타인’ 보러 왔는데, 너만 안 왔어.”

최 “죄송해요. 일본에 가 있기도 했거든요.”

김 “너,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는데 그냥 봐서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선생님’하고 붙임성 있게 먼저 매달리는 것도 3년 전과 똑같아.”

최 “임신해서 몸무게 많이 늘어났을 때 못보셨으니까 모르시는 거예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다이어트 했는데요. 이젠 너무 빠져서 보약을 먹고 있어요. 그러는 선생님도 변한 거 하나도 없네요, 뭐.”

김 “(이 드라마의) 중국 촬영은 잘 다녀왔어?”

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미리 보고 오니까 많이 도움이 되요. 상하이만 하더라도 백화점에 가보니까, 여기서 유행하는 주름 달린 퍼프 소매가 그대로 유행하고, 똑같아요. 옥화로 의상을 갖춰 입고 나니 제가 더 옌볜 사람 같았어요. 의상도 좀 구해왔어요. 오늘은 얼굴 볼 터치에 신경 썼어요. 그 쪽 사람들이 어찌나 볼을 발그스레하게 강조하는지.”

김 “난 오늘 첫 촬영이었는데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닌지 혹시 부족한 건 아닌지 걱정되더라. 넘치는 것보다는 좀 모자라는 게 낫거든. 내 쌍둥이 아들 수진(김태현), 딸 미진(박진희)으로 나오는 친구들한테도 엄마처럼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어.”

최 “시청자들은 상대역이 류시원이란 것보다 선생님과 또 같이 출연하게 된 것에 관심이 많아요. 선생님하고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김 “류시원이 누구더라.”

최 “선생님. 옥화하고 결혼할 스포츠 기자 역이요. 조카 잖아요.”

김 “그래 대본 연습할 때 봤어. 내 역할과 관련된 부분에만 우선 신경을 쓰다 보니.”

▼"이번이 다섯번째 만남이에요"

최 “선생님하고 같이 출연한다니까 사람들은 또 엄마와 딸 사이인가 보다 추측해요.”

김 “남남도 재밌잖아. 당연히 모녀 사이일 거라는 상식도 깨뜨리고.”

최 “이번이 다섯번째예요. ‘그대 그리고 나’(MBC, 1997) ‘마요네즈’(영화, 1999)에서는 엄마와 딸, ‘장미와 콩나물’(MBC, 1999년)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였죠. 기억 못 하실테지만 제가 정말 신인일 때 ‘당신의 축배’(MBC, 1989년)에도 같이 출연했어요.”

김 “기억 나. 그때도 엄마와 딸로 나온 것 같은데. 원체 영리해서 딸로도 며느리로도 다 괜찮았다.”

최 “개인적으로는 딸이 좋아요. 하지만 연기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일 때가 더 재미있었어요. 에피소드가 많으니까요. ‘마요네즈’에서의 엄마가 선생님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를 알고부터’의 남득도 선생님하고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소녀 같고 정감 가는 인물 같아요.”

김 “작가(정성주)가 날 많이 의식하면서 썼대. 그런데 나는 남득을 보며 작가를 많이 생각해. ‘셜리 발렌타인’을 무대에 올리기 사흘 전에 연습하고 있는데 작가가 케이크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공연 날짜도 모르고 ‘선생님 연극 안해요’라고 묻더라구.

내가 약간 맹한 데가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깜빡하지는 않아. 그 여자는 올케가 자기 딸한테 ‘너도 꾸미면 좀 나을텐데’하고 싫은 소리를 해도 눈 흘길 줄도 모르는데 작가가 그런가 봐. 나는 눈흘길 줄은 알거든.

최 “아프가니스탄 다녀오시면서도 감독님(박종 PD)한테 대본 안 나오냐고 보채셨다면서요. 빨리 남득에 빠져야 한다면서요. 선생님은 인물에 빠져드는 게 보통 연기자들 이상이에요.”

▼"너 조선족 말 잘하더라"

김 “2회 대본을 아프간에 들어가는 도중 파키스탄에서 e메일로 받았어. 제일 먼저 캐스팅돼 시놉시스를 작년 가을부터 읽고 있었어.

계속 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어. 남편이 결혼 두 달 만에 죽고, 아마도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도 거칠어지지 않은 여자야. 떨려. 셜리하고 헤어지는 것도 힘들었거든. 8개월간 셜리와 함께 있었더니 너무 힘들고 이제 드라마도 시작해야 해서 그만두었지.

최 “2회에서 옥화가 서울에 와서 남득 집에 들어가 사는 걸로 돼 있잖아요. 선생님하고 같이 있는 장면이 많아지겠죠.

선생님이 출연하신다기에 믿고 결정했어요. ‘장미와 콩나물’때 안판석 감독이 사정이 생겨서 박종 감독이 1, 2회를 연출한 적 있잖아요. 그때 작품 한번 같이 하자고 하셨거든요.

정성주 작가를 다시 만난 것도 반가웠구요. 아들 환희가 8개월이어서 엄마가 많이 필요한데 다행히 주말드라마니까 미니시리즈보다 시간 여유도 있을 거고.

옥화라는 역할도 특이하고요. 나중에는 “한국 여자들은 왜 이렇게 하냐”고 꼬치꼬치 따지면서 선생님하고 많이 충돌한대요.

김 “조선족 말 잘 하더라. 연습 많이 했더라구.”

최 “선생님도 ‘마요네즈’ 할 때 경상도 사투리 쓰셨잖아요. 저는 사투리연기는 처음인데, 개그맨 정선희한테 배웠어요.

옌볜 사투리도 종류가 많아서 연기자들이 각각 연습해온 옌볜 사투리가 다 틀렸거든요. 감독님이 제가 쓰는 걸로 통일해주셨어요. 저는 ‘연변총각’ 강성범이 하는 옌볜사투리를 써요. 끝까지 사투리를 써야 하는데 오랜만에 드라마응 하니까 대사 외우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김 “경험을 해봐야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야. 이혼을 해봐야 이혼한 여자 역할을 하는 건 아니거든. 자기가 맡은 만큼 밖에 못하니까. 난 상상을 하면서 연기해. 사람들이 날 한국적 어머니라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연기거든.”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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