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사업 분야별로 경영과 책임을 함께 지는 ‘각자 대표체제’출범이 붐을 이루고 있다.1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해 일부 벤처 기업에서 선보였던 각자 대표체계가 벤처 업계는 물론 하나로통신,INI스틸, 상아제약, 하림, BNG스틸(옛 삼미특수강)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까지 확산되면서 재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자 대표체제는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공동대표제와는 달리 각자 대표 자신이 맡은 사업 분야에 대해 독립적으로 결재권을 행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 방식이다.
하나로통신은 이날 초 ‘신윤식-이인행’각자 대표체제를 출범시켰다. 신 사장이 경영기획을 담당하고 이 부사장이 통신사업과 마케팅분야를 책임지는 형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이 품질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마케팅 분야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이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시키며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하게됐다”고 밝혔다.
현대차 계열사인 BNG스틸도 지난 달 현장경영을 강화한다는 전략 아래 이종수 부사장을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가동시켰다. 유홍종 회장이 서울서 영업과 구매 등을 담당하는 한편 이 부사장은 창원공장 경영을 전담한다는 복안이다.
최대 철근 업체인 INI스틸 역시 지난 달 주총을 통해 유인균 대표이사 회장과 정석수 대표이사 부사장을 선입, 각자 대표체제를 도입했다.
닭고기 생산업체인 하림은 3월부터 경영 효율화를 위해 빙그레 출신의 이용문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김홍국 대표이사 회장과 보조를 맞추게 했다. 대내 경영은 이 부사장이 맡고 김 회장은 대외 업무를 관장한다는 구도다.
지난 달 14일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상아제약은 ‘조응준-한붕섭’호에 돛을 달았다. 녹십자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맡았던 한 부사장이 일반 의약품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책임지고 조 사장은 경영 정상화에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아라리온, 창흥정보통신, 전신전자, 에쓰에쓰아이, 세보엠이씨 등 벤처기업들도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했다. 두산그룹 박용오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 두산건설 상무가 회사를 인수해 화제를 됐던 전신전자는 이 달 초부터 박 사장과 김영준 부사장의 각자 대표체제를 가동했다.
박 사장이 영업과 대외업무를 맡고 엔지니어 출신인 김 부사장이 신제품 개발 분야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3월 주총을 전후해 20여개사가 단독ㆍ공동 대표체제에서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며 “각자 대표제는 여러명의 대표이사를 두더라도 각자의 사업 부문에서 독자적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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