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모’는 탤런트 원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만은 아니다.시인 겸 작사가에서 얼마 전 신인가수 지서련의 ‘울고 싶은 오후’의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한 원태연(31)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름이기도 하다.
원사모라는 모임이 있다고는 해도 원태연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그가 만든 작품들을 들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다.
1992년 발간한 시집 ‘넌 가끔 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가다 딴 생각을 해’ 와 ‘손 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너를 사랑해’(1993)가 각각 100만부 넘게 팔렸다.
너무나 감각적인, 그래서 때로 읽는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시집이었다.
그가 작사한 곡들도 김현철의 ‘왜 그래’, 솔리드의 ‘끝이 아니기를’, 조트리오의 ‘눈물 내리는 날’, 유리상자의 ‘독백’, S#arp의 ‘내 입술…따뜻한 커피처럼’, 장나라의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등 히트작이 많다.
역시 감각적이고 슬픈 내용이 많지만, 시와는 달리 조금 어렵다는 소리는 듣는다.
장르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원태연은 이미 만들어진 규정과 관습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노랫말 작사로 시 못지 않은 돈을 벌고 있으며, 영화 ‘시월애’에서는 부분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작사나 시나리오는 그래도 같은 글쓰기의 영역이지만, 최근 시작한 뮤직 비디오 감독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는 너무 많은 일을, 너무 쉽게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 시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보자면 그는 겉 모습이나 하는 행동이 시인이라기보다는 연예인에 가깝고, 그의 시는 너무 가볍다.
문단에서는 그를 좋게 평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원태연은 이미 한참 단련이 된 듯, 사람들의 평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랫말은 “내가 쓴것에 내가 우는 노래는 뜬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표한다.
하지만 단지 좋아서,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일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당장의 목표는 영화. 이미 두 편의 시나리오를 영화사에 맡긴 상태다. 뮤직 비디오도 실은 그래서 찍었다.
이요원 서태화가 출연한 ‘울고 싶은 오후’와 곧 데뷔할 여성 3인조 L.U.V의 ‘오렌지 걸’에서는 감정선과 상황, 색채를 각별히 염두에 두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영화 감독을 위한 사전준비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어디까지나 시인이라고 밝힌다. 다소 조심스레 말은 했지만 “시가 왜 반드시 책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느냐”가 그의 문제의식이자 주장이다.
“노래에 시를 얹을 수도 있고, 넓게 보면 영화도 시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대중이 바로 내 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도화지”라고도 한다.
유행의 흐름을 읽기보다는 현재의 유행에서 무엇이 부족한 지를 고민한다는 영리한 ‘팔방 미인’답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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