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후예답게 당당하게 죽음의 조를 통과하자.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의 스웨덴은 한일월드 16강을 쉽게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9번의 월드컵 본선서 4강에 4차례나 올랐던 북구의 강호지만 이번에 F조에서 상대해야 할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나이지리아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예선 파트너를 맞은 바이킹의 후손들은 16강 진출을 위한 치밀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1994년 미국대회에서 당당히 3위에 올랐던 스웨덴은 세대교체 실패로 98년 프랑스대회에선 본선 진출이 좌절됐고 2000년 유럽선수권서는 1회전 탈락하는 등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토미 소더베리,라르스 라거바크 공동 감독이 팀을 이끈 이후 지난해 유럽지역예선 4조서 무패(8승2무)로 본선티켓을 따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체력을 갖춘 선수들의 조직력이 정상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비축구로 변신
미국대회에서 출전국 중 최다골(15골)을 기록하며 화끈한 공격축구를 과시했지만 프랑스대회 예선탈락의 충격을 씻기 위해 수비력 강화에 몰두했다. 짠물축구의 효과는 지역 예선 10경기서 단 3실점이라는 성적으로 입증됐다.
여전히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백전노장 파트릭 안데르손(31ㆍ바르셀로나)과 클레베르 사렌파(27ㆍ알보르그)가 탄탄한 중앙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마그누스 헤드만(29ㆍ코벤트리)이 골문을 굳게 지키고 있다.
득점기계 라르손 북유럽서 가장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스웨덴 간판은 스트라이커 헨릭 라르손(31ㆍ스코틀랜드 셀틱). 유럽예선서 팀이 뽑아낸 20골 중 최다골(8골)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 50경기에서 53골을 터뜨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유럽축구연맹 득점왕인 골든슈를 수상, 유럽 최고의 골잡이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유럽의 일부 전문가들은 그를 아르헨티나의 특급골잡이 바티스투타(AS로마)와 견줄 정도다.
한일월드컵서 그와 짝을 이루게 될 마르쿠스 알바크(29ㆍ히렌빈) 역시 예선 6경기서 5골을 잡아내는 고감도 결정력을 지녔다. 알바크는 특히 상대수비를 끌어내는 움직임이 탁월해 라르손에게 많은 공간을 만들어 준다.
▼약점
좌우 측면 미드필더 융베리(25ㆍ아스날)와 알렉산데르손(31ㆍ에버튼)의 공격지원과 안데르스 스벤손(26ㆍ사우스햄턴)의 공수조율은 팀의 화력과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진의 골 결정력에 비해 미드필더들의 독창적인 전술구사가 다소 떨어진다.
수비의 핵인 파트릭 안데르손과 사렌파가 현재 무릎과 다리 골절의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아직도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8년전 미국대회에 출전했던 10여명의 멤버가 한일월드컵 출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스웨덴 출신 적장 에릭손 '16강 최대 난제'
스웨덴은 죽음의 F조에서도 내심 16강 진출을 믿는다. 스웨덴이 1승 상대로 여기는 팀은 바로 잉글랜드. 1968년 이후 잉글랜드와의 A매치에서 3승5무의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어 6월2일 잉글랜드와의 F조 첫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무난히 조 2위를 내다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이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자 스웨덴 언론들은 16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스웨덴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잉글랜드 대표팀이 아니라 자국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다. 에릭손은 토미 소더베리 스웨덴 감독의 30년 지기. 잉글랜드는 스웨덴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는 에릭손 감독이 30여년간 이어진 스웨덴전 무승의 징크스를 깨줄 것으로 기대한다.
에릭손 역시 “항상 스웨덴이 승리하길 바라지만 이번만은 스웨덴을 꺾어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소더베리와 함께 스웨덴 대표팀을 공동지휘하고 있는 라르스 라거바크 감독도 “에릭손과의 치열한 머리 싸움이 승부의 키”라며 몹시 껄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16강에 동반 진출하길 바랄 뿐”이라는 에릭손의 말처럼 상황에 따라 두 감독 사이에 은밀한 전략적 합의가 오갈 수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더라도 조 2위는 A조 1위가 유력시되는 프랑스와 맞붙게 돼 F조에서는 사실상 조2위도 의미가 없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거미손' 헤드만 "비결은 태권도"
그물수비의 비결은 태권도.스웨덴의 주전골키퍼 마그누스 헤드만(29ㆍ코벤트리)은 지난해 11월부터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스웨덴의 거미손으로 인정받는 그가 태권도복을 입게 된 까닭은 골키핑력 향상과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였다. “태권도를 배운 뒤 더욱 빠르고 강해졌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는 그는 소속팀과 대표팀의 감독들에게 태권도 연습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독들은 그가 평소 즐기던 술도 끊는 등 태권도에 심취하자 수련을 장려하고 있다.
“검은 띠를 따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헤드만은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에게 위협을 주는 고함도 줄이는 등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간판 공격수 헨릭 라르손(31ㆍ셀틱)은 미 프로농구(NBA) 마이클 조던의 광적인 팬. 4년 전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조던이라 지었을 정도다.
재작년 유럽선수권에서 긴 레게 머리를 휘날리던 그가 갑작스레 빡빡 머리를 한 것이나 골을 넣은 뒤 혀를 길게 내미는 버릇을 갖게 된 것도 모두 마이클 조던의 영향 때문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이왕구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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