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비행기 사고로는 그나마 생존자들이 적지 않았던 15일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는 제몸을 돌보지 않은 외인들이 있었다.사고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앞다퉈 사고현장으로 달려갔고,여객기 안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여행사 수습사원의 필사적인 구조 역시 생존자수를 늘렸다.
■ 몸 던진 주민들
김해시 지내동 주민들은 이날 점심식사를 하던중 TV 긴급뉴스를 통해 사고소식을 들은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숟가락을 놓고 사고현장으로 내달렸다.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근 섬유제조업체 직원 최형관(42)씨와 박영도(43)씨는 끔찍한 현장을 목도할 틈도 없이 비행기 동체 옆에서 신음하고 있던 재중동포 장성철(42)씨를 들쳐 엎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의료진에게 “꼭 살려달라”는 말을 남긴 뒤 현장으로 다시 뛰어갔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남모(42)씨도 이날 사업차 김해에 왔다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현장으로 차를 몰아 구조활동을 도왔다. 남씨는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구두를 신은 채 산을 올랐다”고 말했다.
■ 살신성인 여행사 수습
추락한 중국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정신을 잃지 않고 승객들을 구한 대구의 기린여행사 수습사원 설익수(薛益洙ㆍ27ㆍ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135의 14)씨의 투혼은 더욱 빛났다. 설씨가 구한 승객은 무려 2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15일 결혼,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설씨는 지난 12일 LG화재 직원들을 인솔, 중국 베이징 여행을 마친 후 이날 사고여객기에 탑승했다.
김해공항 도착 5분전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 갑자기 ‘쾅’하는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불길에 휩싸였다. 설씨는 한동안 멍한 상태가 지난 후 정신을 가다듬어 암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기어나왔다.
설씨는 의외로 자신의 몸이 멀쩡한 것을 깨닫고 나머지 탑승객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도왔다.
연쇄폭발 가능성을 우려한 설씨는 산 아래로 탑승객들을 먼저 내려보냈다. 머리에 피가 난 부상자에게는 침을 바른후 담배 은박지로 싸줬고 추위로 덜덜 떠는 할머니에게는 러닝셔츠와 점퍼까지 몽땅 벗어줬다.
탑승객 20여명과 함께 사고 현장 50여㎙ 아래까지 내려온 설씨는 묘지를 발견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소가 있으면 길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설씨는 “아이 3명이 비행기 안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울먹이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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