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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태 의미 / 남미형 쿠데타 이젠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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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태 의미 / 남미형 쿠데타 이젠 종언?

입력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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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축출-복귀 과정은 21세기에도 남미에서 군사 쿠데타가 가능한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50여시간의 드라마는 군부가 시종 주도한 쿠데타와 역 쿠데타 처럼 보인다.그러나 BBC 방송은 “군부가 민중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오산을 범했다”고 분석했다.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군부는 빈민층을 외면하고 자본가, 중산층를 주축으로 하는 반 차베스파와 손을 잡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더욱이 군부에 의해 옹립된 페드로 카르모나 상공인연합회장은 의회와 대법원을 해산하고 기업계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노조 지도자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이에 따라 군부-자본가-중산층-노조 지도부로 이루어진 반차베스 진영은 급격히 분열됐다.

이 와중에 빈민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친차베스 시위는 군부의 내분을 결정적으로 촉발했다. 군부의 역쿠데타는 베네수엘라의 계층구조에서 빈민과 일반 시민층의 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다른 남미국가들의 분위기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새 정부의 헌정 중단 조치는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주의의 틀 자체를 깨는 데 대한 거부감이 남미에서도 보편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주변국들이 쿠데타의 합법성을 거부함으로써 차베스 복귀에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페루 등 과거 군사독재를 경험한 남미 국가 정부들로서는 차베스의 좌파 선동정치도 불쾌하지만 군이 정국을 좌우하는 상황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차베스의 반미노선이 심히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1954년 과테말라, 73년 칠레의 쿠데타때와 달리 이 시점에서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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